[저희 결혼해요] 신랑 신홍석·신부 이경미

[저희 결혼해요] 신랑 신홍석·신부 이경미

입력 2005-11-24 00:00
수정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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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마지막 겨울이던 2003년 초 찬바람을 뒤로한 채 낯선 도시로 향했다. 유한킴벌리 서울본사에서 대전공장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공장 인근 월세방은 보일로 소리만 요란할 뿐 군대 동계훈련처럼 추웠다. 외로움은 뼈에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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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홍석·신부 이경미
신랑 신홍석·신부 이경미
여성인류학자 헬렌 피셔가 저서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에서 낯선 타향에서 지극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사랑의 타이밍이라고 예견했던 탓일까.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이메일로 ‘고진감래(苦盡甘來)’라 말했기 때문일까. 대전시내 커피숍인 ‘이종환의 쉘부르’에서 얌전하고 선한 한 여성을 그렇게 만났다. 처음에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월셋방이 너무 추워 오피스텔로 이사가려는데 청소를 도와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했다. 그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체 내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순풍에 돛을 단 듯 만남은 이어졌다. 주중에는 카이스트나 충남대 교정에서 멋진 데이트를 즐겼고, 주말에는 청남대 등지로 떠나 추억을 쌓아갔다.

1년6개월이란 시간이 흐르고, 다시 서울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몸이 떨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더니 우리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그녀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헤어지자는 최후통첩이 날아들었다. 나는 깜깜한 새벽에 그녀에게 전화해 “결혼해달라.”고 청혼했다. 요동치는 심장이 그녀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 속삭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가 뜨자마자 대전으로 달려가 “앞으로 같이 착하고, 멋지게 살자.”고 애교를 떨었다. 대답은 늦었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어느 날 울먹이며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다.“오빠∼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있어.” 합격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험에 몰두한 그녀는 마침내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오는 12월 수도권으로 발령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오는 27일 혼인서약을 맹세한다. 그날을 생각하면 그녀가 합격을 알려온 그때처럼 목이 멘다. 그녀에게 청혼했던 그때처럼 요동치는 심장을 품고 말하고 싶다.“경미야, 고생했어. 오빠는 경미가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행복하게 살자.”
2005-11-24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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