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40)-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6)

儒林(440)-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6)

입력 2005-09-27 00:00
수정 2005-09-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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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6)


초왕의 말을 들은 묵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정히 그러하시다면 소인이 여기서 그 운제의 공격을 막아 보이겠습니다.”

이렇게 제의한 묵자는 초왕 앞에서 공수반과 모의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묵자는 허리띠를 풀어 성 모양을 만들고 나뭇조각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공수반 역시 모형 운제로 모두 아홉 번을 공격했지만 묵자는 모두 수비해 내었다. 결국 초왕은 송나라를 치겠다던 계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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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의 ‘공수반(公輸盤)편’에 나오는 이 고사를 통해 ‘묵적지수(墨翟之守)’란 그 유명한 성어가 나온 것. 이 말의 뜻은 ‘묵적의 지킴’처럼 ‘자기의 주장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묵자는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었으며,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천역행(實踐力行)하였던 행동가였다.

흥미로운 것은 맹자와 논쟁을 벌였던 쾌락주의자 고자(告子)와도 묵자는 논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맹자가 고자의 궤변을 논리적으로 성토하였다면, 묵자는 다만 고자의 지행(知行) 불일치를 다음과 같이 꾸짖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란 것은 입으로 말한 것을 몸으로 반드시 실행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입으로는 말하면서 몸으로는 실행하지 않고 있으니 이것은 당신의 몸이 어지러운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몸도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나라의 정사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먼저 당신의 몸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십시오.”

말과 행동의 일치를 중요시하는 묵가의 법도. 이에 대해 묵가는 ‘귀의(貴義)편’에서 다음과 같이 못 박고 있다.

“말을 충분히 옮기어 실행할 수 있는 것이라면 늘 해도 되지만 실행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실행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인데도 말을 늘 한다면 그것은 입만 닳게 하는 것이다.(言足以遷行者常之 不足以遷行者而常 不足以遷行而常之 是蕩口也)”

이러한 ‘실천역행’의 묵가의 교리는 묵자를 따르는 제자들을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종교집단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공수반과 모의전쟁을 하여 모두 이긴 후 초왕은 자존심이 상해서 묵자를 죽이려 한다. 이때 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수반의 뜻은 다만 저를 죽이려 하는 것이니 저를 죽이면 송나라는 수비할 수 없게 되어 공격해도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의 제자 금골희 등 300명이 이미 제가 만든 수비하는 무기를 갖고서 송나라 성 위에서 초나라 군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저를 죽인다 해도 그들을 쉽게 없앨 수는 없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묵자가 초나라의 공격을 막기 위해 열흘 낮 열흘 밤을 걸어 초나라의 수도 영에 도착하는 한편 금골희를 비롯한 300명의 결사대를 따로 송나라에 파견하여 여의치 않을 때에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금골희(禽滑釐).

그는 묵자를 따르던 수제자 중의 한 사람으로 묵자의 ‘비제(備梯)’편에는 다음과 같이 그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골희가 묵자를 섬긴 지 3년이 되자 손발에 못이 박이고 얼굴은 새까맣게 되었다. 자기 몸을 부리어 일을 해주면서도 감히 자기가 바라는 일은 물어보지도 못하였다.”
2005-09-2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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