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왕표(王豹)가 기수(淇水)가에 거처하자 하서(河西)사람들이 노래를 잘하였고 면구(駒)가 고당(高唐)에 사니, 제나라 서쪽사람들이 노래를 잘했으며, 화주(華周)와 기량(杞梁)의 아내가 그 죽은 남편에게 곡(哭)을 잘하여 나라의 풍속을 바꾸었습니다. 이처럼 안에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니, 그 일을 잘했는데도 효과가 없는 것을 저는 일찍이 보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세상이 아직도 혼란한 것을 보면 이는) 현명한 자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있다면 제가 반드시 알 것입니다.”
순우곤의 질문은 비상(砒霜)과 같은 독성을 갖고 있었다.
즉 왕표는 위나라 사람으로 노래를 잘하였던 명인이었고, 또한 면구 역시 제나라 사람으로 뛰어난 구자(謳者)였다. 구(謳)란 동요, 찬송가, 민요 등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따라서 그들이 살던 지방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왕표와 면구를 따라서 노래를 잘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화주와 기량은 제나라의 대부였는데, 두 사람 다 이웃나라와 싸우다 전사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의 아내는 슬피 울었고, 제나라 사람들은 애절히 우는 두아내의 울음소리를 통해 나라의 풍속이 바뀌었던 것이다.
특히 기량의 아내가 보인 행동은 유명하다. 기량이 전사하자 제나라의 장공(莊公)은 전장에서 돌아오던 중 기량의 처를 만나게 되자 사람을 시켜 길에서 조문토록 하였다. 그러나 기량의 처는 길에서 조문을 받을 수 없다 하여 결국 장공은 기량의 빈궁(殯宮)에 가서 예를 갖추어 조문하였던 것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이 유명한 고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기량의 처는 떳떳하게 전사한 자신의 남편이 미천한 서민의 대접을 받아 길에서 조문받기를 거절하고 결국 장공으로 하여금 직접 기량의 집에 와서 조문케 함으로써 돌아간 남편에게 예를 갖추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에 증자(曾子)는 ‘예기(禮記)’에서 ‘기량의 처는 예를 알고 있다.(尙不如杞梁之妻 之知禮也)’라고 극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량지처(杞梁之妻)’란 고사성어는 바로 이러한 내용에서부터 비롯된 것.
그뿐인가. 기량의 처는 죽은 남편의 상여에 슬피 울고 곡을 잘함으로써 나라의 풍속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순우곤이 이처럼 노래의 달인 왕표와 면구의 예를 들고 화주와 기량의 아내에 대해서 예를 든 것은 ‘안으로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는 것(有諸內 必形諸外)’을 강조함으로써 맹자를 공격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즉 그대 맹자가 아무리 자신을 백이와 백리해로 비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으로 가진 것이 없으므로 이 혼란한 세상에 아무것도 기여한 바가 없지 않은가. 한갓 하찮은 가수라 할지라도 그 지방 사람들을 노래 잘 부르게 할 수 있으며, 한갓 하찮은 아녀자라 할지라도 죽은 남편을 위해 곡을 함으로써 풍속을 바꾸는데, 그대 맹자는 스스로를 감히 백이와 백리해와 비교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여전히 세상이 혼란한 것을 보면 그대는 현명한 자가 아니지 않은가라는 노골적인 공격이었던 것이다.
2005-08-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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