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68)-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儒林(368)-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입력 2005-06-16 00:00
수정 2005-06-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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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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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질문은 임금이 성문을 닫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성을 나가버린 두범의 행동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를 묻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두범의 행동을 빗대어 스승의 진의를 엿보려는 다목적용 질문이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퇴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옛 군자였던 범순인(范純仁)은 귀양살이에서 돌아오는 도중에 임금 휘종(徽宗)이 사신을 보내어 불렀으나 자신은 늙고 병들었다 하여 사양하고 곧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범순인을 불의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범순인은 ‘내가 평생을 통해 배운 것은 충(忠:충성)과 서(恕:용서) 두 글자뿐이다. 이것은 평생을 두고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하였던 송나라 최고의 명신. 범순인의 이 말은 일찍이 공자가 ‘나의 도는 하나로 관철되어 있다.’고 하였을 때 다른 제자들이 뜻을 몰라 증자에게 묻자 대답한 증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증자는 ‘선생님의 도는 충과 서에 있다.’는 대답으로 공자의 사상을 요약하고 있는데 범순인은 그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남을 용서함의 중요성에 대해 범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

‘범순인은 임금이 사신을 보내어 자신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늙고 병들었다고만 대답하고 곧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고사를 불의가 아니라는 결론으로, 퇴계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음인 것이다.

퇴계의 대답은 다시 이어진다.

“또 오징(吳澄)은 나라를 버리고 떠나가는 날에 임금이 사신을 보내어 좇았으나 미치지 못하고 곧바로 가버렸다. 이를 본다면 옛 군자들도 또한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간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퇴계가 말하였던 오징은 오초려(吳草廬:1249∼1333)라 불리었던 원나라의 유학자. 원래 그는 남송의 학자였으나 남송이 멸망하자 나라를 버리고 원나라의 벼슬에 올라 경서를 깊이 연구 발전시킨 성리학자였다.

오초려가 나라를 버리고 원나라에 입주하려는 것을 임금이 말렸으나 오초려는 단호히 나라까지 버렸던 것이다. 오초려는 자신의 학문을 위해서 나라까지 버렸던 행동을 변호하는 퇴계의 대답은 위인지학(爲人之學)에서 위기지학(爲己之學)로 바뀌어 가는 퇴계의 학문관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음인 것이다.

위기지학.

자기의 인격이나 학식, 덕행의 향상과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곧 군자학(君子學)이야말로 자신이 전념해야 할 학문의 방향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 모두가 죽령 고갯마루 위에서 깨달은 절대원칙이었으니 소백산은 퇴계에게 있어서 과거를 청산하는 대발심(大發心)의 출가처인지도 모른다.

공자는 68세에 이르러 13년에 걸친 주유열국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48세 때 죽령고개를 넘으며 내린 퇴계의 결단은 마치 고향으로 돌아오는 공자의 행위에 비할 수 있다. 또한 주자는 28세 때 이르러 남악에서 세속을 버릴 것을 결심하는데 그렇게 보면 죽령은 퇴계에게 있어 남악의 결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주자에 비한다면 20년 늦은 출가행위이고, 공자에 비한다면 20년 빠른 출가행위이니 그렇다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가장 알맞은 때에 단행한 퇴계 인생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제2의 출가행이었던 것이다.
2005-06-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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