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서 ‘아버지의’를 빼라”

“주기도문서 ‘아버지의’를 빼라”

임창용 기자
입력 2005-06-16 00:00
수정 2005-06-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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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발표된 개신교계의 주기도문 새 번역안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공동으로 마련한 새 번역안이 ‘양성평등 시대에 역행한다.’며 여성 기독교계가 재고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 또 다른 번역안 작성에 착수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개신교계에선 두 개의 각기 다른 주기도문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의 초점은 새 번역안에서 반복 사용되고 있는 ‘아버지의’란 문구다. 현 주기도문은 이 표현을 불필요한 중복이라고 보고 모두 생략했지만 새 번역안은 이를 모두 ‘아버지’로 번역했다. 그러나 원문에서 2인칭 소유격 대명사로 쓰인 ‘수’(σου·헬라어)의 바른 번역인 극존칭 ‘당신’을 대신해 원문에도 없는 ‘아버지’로 대치했다는 게 여성 기독교계의 입장이다.

또 ‘아버지의’가 없어도 문맥상 뜻을 전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굳이 삽입한 것은 남성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번역안을 마련한 KNCC 연구특별위원회와 한기총 재번역위원회측은 “‘아버지의’를 삽입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이미지가 남성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여성적 면모도 지니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당신’이란 표현은 국어학적으로 2인칭 존칭어가 아니어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성 기독인들은 “‘아버지’에 대한 일반 관념은 ‘남성성’임을 고려할 때 구시대의 신학적 해석을 적용하여 ‘아버지’를 강조하려는 발상은 기필코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NCC 여성위원회와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새 번역안이 양성 평등에 역행하는 개악이라며, 여성신학자들로 구성된 주기도문 새 번역 관련 특별연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엔 임희숙 여성신학회장, 한국염 KNCC 여성위원장 등 여성신학자 15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본문 의도에 충실하면서 신앙의 성숙과 양성평등을 담보하는 주기도문의 새로운 번역에 곧 착수키로 했다.

여성 기독교 단체들이 이렇게 강수를 두는 것은 KNCC와 한기총이 새 번역안을 마련하면서 여성을 철저히 배제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기총의 재번역연구위원회 위원 59명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참여시키지 않았다며, 남성신학자들만의 합의사항을 교회의 합의로 선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 단체는 또 한기총이 각 교단에 보낸 주기도문 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21세기 찬송가위원회와 성서공회에도 잘못 만들어진 새 번역안을 채택하지 말 것을 요청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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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06-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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