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맞춤치료’ 5~10년 걸릴듯

난치병 ‘맞춤치료’ 5~10년 걸릴듯

입력 2005-05-21 00:00
수정 2005-05-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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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문신용 교수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포플러나무의 가지를 꺾어 흙에 심으면 뿌리가 내리듯이 신체 특정 부위에 이식하면 그에 걸맞는 새롭고 건강한 조직이나 장기로 발전하는 ‘만능 세포’다. 그동안 치료가 거의 불가능했던 백혈병·당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현대판 불로초’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황 교수가 ‘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것은 물론, 증시에서 줄기세포라는 말만 나오면 주가가 치솟는 것처럼 그 파장은 과학·의학계를 뛰어넘어 경제·사회적 관심사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실험 등 각종 검증절차가 남아 있어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려면 최소한 5∼10년 정도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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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는 ‘만능 세포’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건강한 여성의 난자(생식세포)에서 핵을 제거한 뒤 동일한 여성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난자 기증자와 체세포 핵 추출자를 다르게 했다. 특히 소아당뇨병 환자 등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도 이용됐다.

황 교수는 “환자의 난자와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이식할 경우 면역 거부반응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체세포를 이용한 ‘이성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질병 치료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16명으로부터 기증받은 242개의 난자로 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그친 반면 이번에는 18명으로부터 받은 난자 185개로 1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 성공률을 15배 정도 끌어올렸다.

줄기세포는 몸 안에서 빠르게 분열하며 피부와 각막, 근육, 뼈, 호흡기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 때문에 줄기세포를 제대로 추출하고 분화하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면 파킨슨씨병, 뇌졸중, 치매, 뇌척수손상, 관절염, 당뇨병 등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치료에는 ‘절반의 성공’

이번 연구결과는 환자 치료라는 목표를 기준으로 하면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우선 배아줄기세포가 췌장세포나 신경세포 등 원하는 방향으로 분화되는지, 분화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등을 검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척수에 이식한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뼈가 나온다면 병세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줄기세포는 암세포처럼 끊임없이 반복 분열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보완돼야 한다. 체세포 복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여성의 유전자 일부가 줄기세포에 섞여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막아야 한다.

이같은 검증과정이 끝나면 원숭이 등 영장류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게 된다. 이어 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야 일반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이식치료를 본격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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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는 실용화 예상시기에 대해 “환자분들에게 헛된 희망을 드려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이번 연구결과로 30∼50년 걸릴 일을 수년, 수십년 앞당겼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팀은 지난해 실용화 예정시기를 10년 안팎으로 전망했었다.

난자사용 따른 생명윤리 문제

윤리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종교계는 20일 “인간배아복제 등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처장인 조덕재 변호사는 “종교적인 입장뿐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인간복제 위험성이 있다.”면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결국 배아를 파괴하게 돼 생명체를 희생하면서까지 난치병 치료연구를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인 이창영 신부도 “전세계적으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대한 윤리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이 방법이 유일한 난치병 치료법인 것처럼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달리 배아줄기세포는 임상실험 결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가 불치병 치료를 위한 것인 만큼 생명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양면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정념 스님은 “이분법적으로 본다면 윤리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번 연구는 생명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윤리적인 면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병마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임흥기 부총무도 “과학의 힘으로 불치병을 치료해 생명을 구하는 것과, 종교적인 생명의 존엄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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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장세훈기자 chaplin7@seoul.co.kr
2005-05-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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