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교신을 시도하는 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현상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실제로 연구되고 있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다소 허무맹랑한 초자연적 현상인 만큼, 관객이 이 현상을 사실로 믿을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영화의 관건이다. 그러나 영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8일 개봉)는 그 점에서는 명백히 실패했다.
사랑하는 아내 안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존(마이클 키튼). 하지만 어느날 안나는 실종되고, 며칠 뒤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상실감에 빠진 존은 어느날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전화의 자동응답기를 통해 들려오자 혼란스러워한다. 존은 역시 안나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레이먼드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비슷한 처지에 처한 사라(데보라 카라 웅거)를 만난다. 하지만 어느날 레이먼드는 시체로 발견된다.
모든 생활을 내팽개친 채 죽은 자와의 교신에 매달리던 중, 존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존의 모니터에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 죽은 사람이 아니라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때, 사라의 모습이 존의 모니터에 나타난다.
새로운 소재로 색채와 소리를 조리하며 공포를 모락모락 자아내는 영화의 분위기만큼은 새롭다.
사랑과 평화가 숨쉬던 삶의 풍경을 화사하게 잡아내던 카메라는, 아내가 죽은 뒤 점점 EVP에 집착하는 한 남성의 황량한 내면 풍경으로 포커스를 옮기며 모노톤의 질감 위에 상실감과 공포를 적절히 조합해냈다. 순간순간 잡음을 뚫고 들려오는 죽은 자의 소리도 그 어떤 공포영화의 효과음보다 강력하게 세포를 곤두서게 한다.
하지만 영화의 내러티브는 매력적인 화면과 소리를 뒷받침해줄 만큼 치밀하지 않다. 느리게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점점 흡입력을 잃어가고, 그러다 보니 소리의 충격도 점차 소음으로 다가온다.
슬픈 멜로드라마처럼 시작해, 스릴러영화처럼 무수한 의문의 씨앗을 뿌리다가,‘링’류의 호러로 바뀌는 일치되지 않는 이야기도 종잡을 수 없다. 저세상에서 들려오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잠시라도 듣기 바라는 애틋한 마음에, 공포심을 주입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샛길로 흘렀다.
결정적으로 섬뜩한 소리를 제외하고는 별로 무섭지 않다는 것도 흠. 그래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긴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다.‘배트맨’의 마이클 키튼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즐거운 경험. 영국 TV계의 베테랑 감독인 제프리 삭스가 연출을 맡았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실제로 연구되고 있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다소 허무맹랑한 초자연적 현상인 만큼, 관객이 이 현상을 사실로 믿을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영화의 관건이다. 그러나 영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8일 개봉)는 그 점에서는 명백히 실패했다.
사랑하는 아내 안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존(마이클 키튼). 하지만 어느날 안나는 실종되고, 며칠 뒤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상실감에 빠진 존은 어느날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전화의 자동응답기를 통해 들려오자 혼란스러워한다. 존은 역시 안나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레이먼드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비슷한 처지에 처한 사라(데보라 카라 웅거)를 만난다. 하지만 어느날 레이먼드는 시체로 발견된다.
모든 생활을 내팽개친 채 죽은 자와의 교신에 매달리던 중, 존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존의 모니터에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 죽은 사람이 아니라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때, 사라의 모습이 존의 모니터에 나타난다.
새로운 소재로 색채와 소리를 조리하며 공포를 모락모락 자아내는 영화의 분위기만큼은 새롭다.
사랑과 평화가 숨쉬던 삶의 풍경을 화사하게 잡아내던 카메라는, 아내가 죽은 뒤 점점 EVP에 집착하는 한 남성의 황량한 내면 풍경으로 포커스를 옮기며 모노톤의 질감 위에 상실감과 공포를 적절히 조합해냈다. 순간순간 잡음을 뚫고 들려오는 죽은 자의 소리도 그 어떤 공포영화의 효과음보다 강력하게 세포를 곤두서게 한다.
하지만 영화의 내러티브는 매력적인 화면과 소리를 뒷받침해줄 만큼 치밀하지 않다. 느리게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점점 흡입력을 잃어가고, 그러다 보니 소리의 충격도 점차 소음으로 다가온다.
슬픈 멜로드라마처럼 시작해, 스릴러영화처럼 무수한 의문의 씨앗을 뿌리다가,‘링’류의 호러로 바뀌는 일치되지 않는 이야기도 종잡을 수 없다. 저세상에서 들려오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잠시라도 듣기 바라는 애틋한 마음에, 공포심을 주입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샛길로 흘렀다.
결정적으로 섬뜩한 소리를 제외하고는 별로 무섭지 않다는 것도 흠. 그래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긴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다.‘배트맨’의 마이클 키튼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즐거운 경험. 영국 TV계의 베테랑 감독인 제프리 삭스가 연출을 맡았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5-04-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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