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15)-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15)-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입력 2005-03-30 00:00
수정 2005-03-3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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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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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그것은 두향의 향기였던 것이다.

‘임이 돌아간 뒤에도 천향을 피우리라.’ 하고 맹세하였던 것은 두향의 맹세였으며,‘원컨대 임이시여, 우리 서로 사랑할 때의 청진한 옥설 그대로 함께 고이 간직해 주오.’란 말은 단양군수를 끝내고 이별할 때 두향이가 했던 별곡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단양군수를 끝내고 돌아갈 때 퇴계의 행장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던 매화는 두향이가 퇴계에게 주었던 별루(別淚)의 정표였던 것이다. 두향은 매화를 사랑하였던 퇴계처럼 매화를 사랑하였다고 한다. 이는 두향의 묘비에 새겨진 다음과 같은 비문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성명은 두향. 중종조 시대의 사람이며, 단양 태생. 특히 거문고에 능하고 난과 매화를 사랑했으며, 퇴계 이황을 사모하였다.”

매화를 인격화하여 분신처럼 애중하였던 퇴계와 매화를 사랑하여 양매(養梅)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녔던 두향은 이처럼 취미에서부터 우선 서로 통하였다. 퇴계에게 정표로 준 것은 두향이 키우던 노매(老梅).

단양에 있는 9개월 동안 두향이가 준 노매를 유독 사랑하였던 퇴계는 떠나기 전날 두향에게 그 분매를 되돌려 주려고 하였으나 두향은 머리를 흔들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으리, 이 분매는 나으리께 드리는 신표이나이다. 어딜 가시더라도 나를 본 듯 있는 그대로 간직하여 주소서.”

퇴계에게 있어 두향은 특별한 인연이었다.

일찍이 이율곡이 아내와 동침할 때 의관을 정제하고 들어가 지극히 근엄하게 교접하였다는 말을 듣고 ‘만물이 제대로 생성하려면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하는 법인데, 율곡이 그토록 범방시에 근엄하다면 자식이 없겠는걸.’ 하고 걱정하였다는 말이 있듯이 퇴계는 남녀간의 상사를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만물의 자연스러운 생성현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퇴계에게 있어 여인들과의 인연은 이상하게 박복하여 가정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미 퇴계는 두 번이나 결혼하였으나 두 여인 모두 사별하였다. 두 번째 부인이었던 권씨가 죽은 것은 46세 때의 일. 단양에 군수로 있을 무렵에는 아내를 잃고 독수공방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러가 버린 뒤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퇴계가 두향을 만나 그의 인생에서 비도 오고 바람이 부는 운우지정의 자연스러운 생성현상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맛보았던 것은 전혀 비도덕적인 행위는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퇴계는 평소에 처가향념(妻家向念)을 제가(齊家)의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이를 몸소 실천하였다.

지금도 퇴계의 가문에서는 ‘첫째 부모에게 불효한 사람과는 대화를 나누지 말 것, 둘째 처가에 향념이 없는 사람은 교제하지 말 것, 셋째 아내를 쫓아낸 사람과는 사업을 같이 하지 말라는 가규’를 시행하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퇴계는 21세 때인 중종 16년 김해 허씨와 첫 번째 결혼을 하였다. 가락국 수로왕의 부인이었던 허황옥(許黃玉)의 후손이었던 허씨 부인은 4남매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퇴계와의 사이에 준, 채, 그리고 적(寂) 세 아들을 두고 불과 6년 만에 숨을 거두고 만다.
2005-03-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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