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239)-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39)-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입력 2004-12-09 00:00
수정 200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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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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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특이할 만한 사실은 공자의 제자 중 자공이 특히 다른 사람을 비교하기 좋아했다는 점이다.

논어에 보면 이러한 자공의 특징을 가리키는 장면이 나오고 있는데,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선생님 자장(子長:공자의 제자)과 자하(子夏) 두 사람 중 누가 더 낫습니까.”

이에 공자는 대답한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이 말을 들은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자장이 더 낫겠네요.”

그러자 공자는 대답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

공자가 남긴 어록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 문장은 자장이 재주가 높고 뜻이 넓었으나 구차히 어려운 일을 하기 좋아했으므로 항상 중도에서 지나쳤고 자하는 독실히 믿고 도를 지켰으나 규모가 협소했으므로 항상 미치지 못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공자는 이 둘을 비교하면서 누가 더 나을 것 없이 똑같이 단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자공의 질문대로 뛰어난 사람의 지나침이 어리석은 자의 부족함보다 나을 것 같지만 두 쪽 다 중도를 잃음으로써 중용(中庸)을 벗어났던 것이다.

중용(中庸). 유가에 있어 도란 중용을 극치로 삼고 있었다.

실제로 공자는 늘 곁에 두고 보는 유좌지기(宥坐之器)란 그릇을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공자가 일찍이 평소에 존경하던 주나라 환공의 사당에 갔을 때 사당 안에 있던 의기(儀器)를 발견했던 데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하는 그릇입니까.” 공자가 묻자 사당지기가 대답하였다.

“늘 곁에 두고 보는 유좌지기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나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좌지기는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진다고 했지요. 오직 적당히 차야만 바로 서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로부터 공자의 마음속에는 평형을 유지하는 유좌지기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득 차면 엎질러지고 비면 기울어짐으로써 항상 중용을 유지해야만 바로 서는 마음의 그릇을 통해 공자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을 도의 극치로 삼고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처럼 자공이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성품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자공이 지닌 인간성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권신들이었던 숙손무숙과 진자금이 한결같이 ‘자공이 공자보다 현명하다’,‘당신이 겸손해서 그렇지 공자가 어찌 당신보다 더 현명하겠습니까.’라는 교활한 수법으로 자공의 마음을 떠보았던 것은 자공이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약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마성(魔性)인 것이다. 비록 자공은 스승 공자를 자기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군자라고 우러러 존경하고 있지만 그런 약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권신들은 공자와의 비교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이처럼 비교를 좋아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로써,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호색으로써, 열등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열등감을 자극하는 바로 이것이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치명적인 급소가 되는 것이다.
2004-12-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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