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은 그러나 직접적으로 공자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서 간접적인 은유로서 의사를 타진해 보려한다. 직선적인 성격의 자로와는 달리 외교술에 뛰어난 자공이었으므로 우회적인 방법으로 스승의 뜻을 살펴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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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은 들어가서 공자에게 여쭈어 보았다.
“백이와 숙제는 어떤 사람입니까.” “옛날의 현인들이시다.”
“허지만”
자공은 말을 이었다.
“현인들이심이 분명하였지만 결국 굶어죽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백이와 숙제는 세상을 원망했을까요.”
“원망하다니.”
공자는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그들은 인(仁)을 추구하여 인을 얻었는데 어찌 원망하였느냐.(求仁得仁又何怨)”
이 말을 들은 자공이 나와서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논어는 기록하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위나라의 임금을 위해 일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자공은 공자에게 ‘위나라의 임금을 위해 일을 하시겠습니까.’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다만 주나라의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자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먹고 살다 죽은 백이와 숙제의 예를 들어 공자의 속마음을 타진해 본 것이었다. 이에 공자는 ‘인으로서 인을 구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아버지 괴외를 무력으로 제지한 출공밑에서 벼슬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굶어죽은 백이와 숙제처럼 인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내 보였던 것이다.
이에 제자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특히 직선적인 성격의 자로는 스승의 이런 태도를 도저히 간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스승에게 물었던 자공과는 달리 정공법으로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만일 위나라의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정치를 부탁하신다면 선생님은 무엇부터 먼저 하겠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나 같으면 반드시 명분 먼저 바로 잡겠다.”
이 말을 들은 자로가 대답한다.
“아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느닷없는 자로의 탄식에 의아해진 공자가 다시 물었다.
“그것 때문이라니”
“세상 사람들이 선생님이 세상일에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계시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이상만 생각하신다는 뜻이겠지요. 도대체 이름 같은 것을 바로 잡아서 어찌하시겠다는 것입니까.”
자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고리타분하게 만사의 이름부터 바로 잡겠다는 스승의 대답을 듣는 순간 단순한 자로는 순간 화가 났던 것이다. 이에 공자는 탄식하여 말한다.
“자로 너까지 이러할 수 있단 말이냐!”
2004-12-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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