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232)-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32)-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입력 2004-11-30 00:00
수정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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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어쨌든 사면초가에 빠진 공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외교술에 능한 자공을 소왕에게 보내어 실정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자공을 통해 연금 상태에 빠진 공자의 입장을 알게 된 소왕은 곧 군사를 보내어 공자의 일행을 구해준다. 이때 소왕은 서사(書社)의 땅 7백리 봉토를 떼어주는 조건으로 공자를 초빙하려 했다. 서사는 25가(家)를 1리로 하고 1리마다 25인의 인명을 기록해 간직하는 서고였으므로 7백리는 2만여호의 인구들이 사는 제법 큰 영지였는데, 이 말을 들은 재상 자서(子西)가 소왕에게 반대하고 나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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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마마께서 공구를 초빙하려 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나이까.”

“그렇다.”

“공구에게 7백리의 봉토를 주려 하신다는데 그 또한 사실이나이까.”

“역시 그렇다.”

소공이 대답하자 자서가 말을 이었다.

“하오면 묻겠나이다. 대왕마마께오서는 제후들에게 보낼 사신으로 자공만한 신하가 있습니까.”

“없소.”

“대왕마마의 신하 중에 안회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없소.”

“대왕마마의 장수 중에 자로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없소.”

“대왕마마의 신하 중에 재여(宰予)만한 행정가가 있습니까.”

집요한 자서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소왕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였다.

“역시 없소.”

그러자 자서가 말을 이었다.

“지난날 초나라의 조상께서는 주나라로부터 자남(子男) 작위 아래 50리의 땅을 봉해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공자는 옛 삼왕의 법도를 계승하고 주공과 소공의 유업을 밝히려 하고 있습니다. 대왕마마께서 만약 그들을 등용하신다면 초나라가 어떻게 대대로 수천 리의 땅을 다스릴 수가 있겠습니까. 옛날 주나라의 문왕이 풍(豊)에 있을 때나 무왕이 호(鎬)에 있을 때는 백리 넓이 땅의 임금에 지나지 않았으나 마침내는 온 천하를 통일하였습니다. 지금 공자가 땅을 차지하게 되면 현명한 제자들이 공자를 보좌할 것이니 이는 초나라의 복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처마 끝을 빌려주었다가 안채를 빼앗기는 꼴이 되고 말겠지요.”

재상 자서의 말은 의미심장한 뜻을 갖고 있었다. 즉 초나라도 초기에는 50리의 영토밖에 갖지 못하였고 문왕이나 무왕도 백리 넓이밖에 안 되는 작은 봉토 내에서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는데, 소왕이 공자에게 7백리의 넓은 땅을 봉토로 떼어준다면 공자는 이 땅을 통하여 자신의 세력을 키워 초나라의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공자에게는 그를 보좌할 현명한 제자들이 있지 않은가.

외교술에 뛰어난 자공, 용감한 장수로서 으뜸이었던 자로, 탁월한 행정가였던 재여,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지휘할 수 있는 안회가 공자를 보좌할 수 있다면 공자가 초나라를 능가할 권력을 잡는 것은 손쉬운 일이며, 마침내는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계기까지 만들어 주는 것이니 공자를 절대로 초빙해서는 안 된다고 자서는 간언했던 것이다.

소왕은 이 말을 듣고 오랜 망설임 끝에 공자를 초빙하려는 계획을 취소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가을(기원전 489년) 군막 안에서 갑자기 숨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공자의 마지막 희망도 한 순간의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이때가 공자의 일생 중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했던 형극의 계절이었다.
2004-11-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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