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자식·시어머니 거부하는 아내

[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자식·시어머니 거부하는 아내

입력 2004-11-24 00:00
수정 2004-11-2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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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를 데리고 재혼한 지 4년 된 남성입니다. 결혼 1개월 만에 아내는 빚이 있다며 한사코 직장엘 나가더니 일을 핑계로 매일 자정이 넘어 술취해 들어옵니다. 결혼할 때 몰랐는데 아내는 신용불량자더군요. 어린 아이를 밤 늦게까지 내버려 둘 수 없어 할머니에게 보냈습니다. 자식이 생기면 달라질까 싶어 둘째를 낳았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는군요. 첫아이가 아빠를 그리워해 데려오고 싶지만, 아내는 펄펄 뛰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강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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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재혼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초혼보다 몇십배, 몇백배 더 어려운 것이 재혼이라고 하지요. 누구나 시작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추고 있었던 본성(?)이 나타나 상대를 실망시킵니다. 사람 마음이 처음과 끝이 같다면 더 바랄 게 없으련만 이중성을 가지고 상대를 기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는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그래서 있나 봅니다.

기환씨, 아내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두고 왔다면 두고 온 자식들 생각에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 마음은 너나할 것 없이 똑같을 터인데 전실 자식에게 어찌 그토록 매정할 수 있을까요.TV에서 방영된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 덩치 큰 사자에서부터 손바닥보다 작은 참새에 이르기까지 자식 사랑이 눈물겹도록 헌신적이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자식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많은 반성을 하게 되더군요.

재혼한 아내가 결혼 1개월 만에 자신이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다니던 직장을 다시 나가겠다고 해 함께 천천히 갚아가자고 만류했지만 듣지 않고 직장을 다시 나갔다고 했지요. 아내가 신용불량자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당신이나 숨기고 결혼한 아내를 보면 결혼 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재혼했던 것은 아닌지요. 상대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겠으나 깊이 살피지 못했던 점은 본인 책임입니다. 재혼은 살아온 과거가 있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기에 자녀문제와 재산문제가 얽혀 있기 마련이지요.

결혼 전 모든 것을 숨김없이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혀야만 뒤에 탈이 생기지 않는 법인데 상대에게 좋은 점만 보여주려는 거짓된 마음이 결국 탄로가 나서 불행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잘살아 보자는 다짐만 가지고는 성공된 재혼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외롭다고 해서, 혹은 상대가 마음에 들고 좋다는 생각만 가지고 재혼을 하게 되면 얼마 못가서 그 결혼은 실패하고 맙니다.

빚을 갚기 위해 직장에 나가는 아내는 고객관리다, 회식이다 해서 거의 날마다 자정이 넘어서야 만취되어 돌아오고 집안 살림은 시어머니께 맡긴 채 나몰라라하고 있어 남편이 한마디 하면 속 좁은 사람으로 몰아치며 큰소리치며 대들고….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해 홀어머니를 분가시켜 드렸는데 한동안 세상 만난 듯 좋아하더니 또다시 예전의 무질서한 생활로 돌아가고…. 돌봐줄 할머니마저 없는 아이가 밤 10시까지 홀로 있는 것이 안쓰러웠겠지요.

애를 낳으면 마음이 달라지겠다는 아내 말에 솔깃하여 아이를 가져봤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지요. 홀로 남은 큰아이가 불쌍해 할머니께 보냈는데 1년6개월 동안 아빠와 떨어진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는지 이상해져 가고 있어 다시 데려 오든가 아니면 가까운 곳에 이사를 시켜서 당신이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펄펄 뛴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이가 그릇된 길로 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당신의 각오에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 묻고 싶다고 했는데 신은 천륜을 버리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실 자식, 시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다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아내는 당신이 인륜, 천륜을 저버리고 자신만을 택해 주길 바라는가 봅니다. 인생살이는 돌고 도는 것인데 뉘라서 앞날을 장담할 수 있을까요. 아내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덕목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2004-11-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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