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횡단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한여름의 오후 햇살처럼 짧지만 강렬한 교감을 나눴던 두 남녀. 해뜨기 전까지 빈을 배경으로 풋풋한 사랑의 감성을 수필처럼 풀어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가 9년만에 속편 ‘비포 선셋’(Before Sunset·22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사랑이라고 느낀다면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며 끝을 내 긴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던 전편의 궁금증을 드디어 모두 풀 수 있는 기회. 제시(에단 호크)는 그 장소에 왔지만 셀린느(줄리 델피)는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9년. 제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홍보차 파리를 찾았고, 환경운동가가 된 셀린느와 서점에서 재회한다. 짧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서로에게 새겨진 이들의 만남은, 그 감정의 무게와는 달리 전편 만큼이나 산뜻하다.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한바탕 수다스럽게 풀어내는 둘. 언뜻 속내를 비치며 진지하게 다가갈 듯하다가도, 이들은 어느새 긴 시간의 간격을 농담과 다른 대화들로 채운다.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던 영화는 갑자기 그 끈을 놓아버린다. 제시와 셀린느가 재회한 뒤 리얼타임으로 80분간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야기 보따리만 풀어내다가 갑작스럽게 끝이 나는 것.9년의 기다림치고는 싱겁다.
카메라는 둘에게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풍경이 낄 틈도 없다. 달콤한 로맨스나 그립엽서 같은 파리의 풍경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실망이 클 작품. 하지만 지적이고도 철학적인 대사의 맛은 전편 못지 않다. 전편에 이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연출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랑이라고 느낀다면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며 끝을 내 긴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던 전편의 궁금증을 드디어 모두 풀 수 있는 기회. 제시(에단 호크)는 그 장소에 왔지만 셀린느(줄리 델피)는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9년. 제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홍보차 파리를 찾았고, 환경운동가가 된 셀린느와 서점에서 재회한다. 짧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서로에게 새겨진 이들의 만남은, 그 감정의 무게와는 달리 전편 만큼이나 산뜻하다.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한바탕 수다스럽게 풀어내는 둘. 언뜻 속내를 비치며 진지하게 다가갈 듯하다가도, 이들은 어느새 긴 시간의 간격을 농담과 다른 대화들로 채운다.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던 영화는 갑자기 그 끈을 놓아버린다. 제시와 셀린느가 재회한 뒤 리얼타임으로 80분간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야기 보따리만 풀어내다가 갑작스럽게 끝이 나는 것.9년의 기다림치고는 싱겁다.
카메라는 둘에게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풍경이 낄 틈도 없다. 달콤한 로맨스나 그립엽서 같은 파리의 풍경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실망이 클 작품. 하지만 지적이고도 철학적인 대사의 맛은 전편 못지 않다. 전편에 이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연출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10-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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