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85)-제2부 周遊列國 제3장 황금시대

儒林(185)-제2부 周遊列國 제3장 황금시대

입력 2004-09-21 00:00
수정 2004-09-2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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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3장 황금시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오늘날에도 뛰어나게 학문을 연구했던 대학자와 명교수들이 정치에 뛰어들면 갑자기 무능해지고 비굴해지며 권력에 오염되어 타락하는 모습을 익히 보아왔던 우리들로서는 인류의 스승인 공자가 과연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어쨌든 공자는 중도재란 벼슬로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데뷔하게 되는데 이 첫 무대를 공자는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공자가어’에 의하면 공자가 중도를 다스린 1년 만에 다른 고을이 모두 본받을 정도로 질서가 잡혔으며 다음과 같이 변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예의와 기틀이 잡히고,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자기 것이 아니면 주워가지 아니하고 허례허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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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해인 노나라 정공 10년(기원전 500년).공자의 나이 52세 되던 해에 정치가로서의 공자의 역량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찾아온다.

이듬해 봄 이웃 제나라와 회맹(會盟)을 하였는데,갑자기 여름이 되었을 때 제나라의 경공이 정공에게 협곡(夾谷)이란 곳에서 회견할 것을 요청해 온 것이었다.이미 공자는 경공과는 구면이었고,17년 전 나이 35세 때 공자가 첫 번째로 출국하여 일년 남짓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서너 차례 만나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사이였던 것이다.공자를 여러 번 등용하려 했지만 안영을 비롯한 여러 대부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자를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던 경공은 공자가 마침내 일선에 나서 정치활동을 펼친다는 소식을 듣자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이때는 늙고 병든 안영 대신 대부 여서(黎)가 국정을 맡고 있었는데,여서는 공자의 뛰어난 정치활동을 염탐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걱정입니다.지금 노나라에서는 공구를 등용하더니 그 세력이 막강해져서 우리 제나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여서는 공자에 의해서 국력이 더욱 강력해지기 전에 허수아비 임금인 노나라의 정공을 위협하여 초기에 기를 꺾어 버리자고 경공에게 권유하였던 것이다.이 권유가 받아들여져 경공은 노나라에 사신을 보내 오늘날의 산둥성 지난(濟南)인 협곡에서 회맹을 하자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였던 것이다.

즉시 노나라에서는 이 회맹의 주재를 맡을 사람을 결정하기 위해서 어전회의를 열었는데,마침내 발탁된 사람이 공자였다.그것은 경공과의 오랜 인연으로 공자 이상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의 정공은 단순히 이 회맹을 우호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평상시처럼 수레를 타고 떠나려 하였는데,제나라의 음모를 꿰뚫어 본 공자는 정공에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이는 불가합니다.제가 듣건대 ‘문사(文事)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무비(武備)가 있어야 하며,무사(武事)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문비(文備)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예부터 제후들이 국경을 넘을 때는 반드시 문무의 관을 갖추어서 뒤를 따르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전하께오서는 방심하지 마시고 좌우에 사마(司馬)를 갖추고 떠나시기 바랍니다.”공자가 말하였던 사마는 육경(六卿) 중의 한 사람으로 군대의 최고실력자를 가리키는 직책인데,곧 무술이 뛰어난 무관을 말함이었다.

정공은 공자의 진언을 받아들여 좌사마 우사마를 거느리고 회맹장소인 협곡으로 떠나는데,이로써 공자는 일약 정치가에서 외교가로 변신,눈부신 외교술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2004-09-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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