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38)-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儒林(138)-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입력 2004-07-16 00:00
수정 2004-07-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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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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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은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공자의 사상은 현실의 정책을 타파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아마추어리즘이라고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안영이 경공에게 같은 상황에서 행한 충언은 공자의 대답과 천양지차(天壤之差)를 보이고 있다.

일찍이 경공은 학질에 걸려서 일년이 넘도록 고생을 하고 있었다.이웃나라에서도 문병객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질이 차도를 보이지 않자 신하들이 말하였다.

“전하께오서는 선대보다 훨씬 많은 제물을 신에게 바쳤사오나 그래도 병이 낫지 않고 있습니다.그것은 신관들이 기도를 드리는 방법이 나쁘기 때문이니,신관을 처벌하여 주십시오.문병객에 대한 체면문제도 있습니다.”

경공이 이 말을 듣고 안영에게 의논하였다.그러자 안영이 이렇게 말하였다.

“진(晋)나라의 사신한테 들었는데,진나라의 중신 범회(范會)는 명재상이었으므로 신관은 양심을 저버린 기도를 드리지 않아도 되었다고 합니다.이번일은 꼭 그와 같습니다.현명한 군주를 섬기고 있는 신관은 기도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그러므로 신도 나라에 복을 내려주고 신관도 그에 상응한 복을 받게 됩니다.이에 반해서 폭군을 섬기고 있는 신관은 불쌍합니다.군주의 하는 짓에 의해서 사실대로 말하면 군주의 노여움을 살 테고,거짓말을 하면 신을 속이게 됩니다.어쩔 수 없이 적당하게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되니,신도 불행을 내리고 신관도 응분의 불행을 당하게 되는 입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안영에게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보다 구체적인 방법은 없겠는가.그렇게 피상적인 의견보다도.”

그러자 안영이 대답하였다.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그것은 정치를 잘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과인은 그 정치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내 안영이 대답하였다.

“산림,소택,바다의 소금,기타 모든 자원이 있는 곳은 국유지로 되어 있어 전하가 파견한 감독관이 백성들에게 노역을 강요하고 있습니다.그뿐 아니라 이곳저곳 여러 관소(關所)에서는 직장에 가는 백성의 소지품에도 과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또 귀족은 귀족들끼리 무리한 장사를 하며 세금을 마구 거둬들이고 있습니다.그리하여 큰 저택이 매일 같이 세워지고 온갖 향락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궁중의 귀부인들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도 값을 치르지 않고 강탈하고 있고,측근들은 시골에 가서 이권을 챙기기가 바쁩니다.”

그러고 나서 안영은 경공을 정면으로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따라서 백성들은 남자건 여자건 모두 전하를 저주하고 있습니다.만약 기도가 효력이 있는 것이라면 저주도 같은 효력이 있을 것입니다.전하의 영토 내에 있는 백성들의 수효를 생각하여 보십시오.몇 사람의 신관들이 행하는 기도가 몇 십만 명의 백성들이 내뿜는 저주를 이겨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그러므로 신관을 처벌하기보다는 백성들의 저주를 푸는 일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안영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경공은 세금을 줄여서 백성들의 부담을 경감해 주었으며,이로 인해 경공의 고질병은 완쾌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안영의 정치철학은 현실적이며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음에 반하여 공자의 정치철학은 비현실적이며,사변적(思辨的)이며,관념적이었던 것이다.그러므로 안영이 공자를 ‘말만 그럴싸한 유자’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04-07-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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