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물신주의 버리고 공신력 되찾자” 종교계 정화운동 ‘잰걸음’

“세속화·물신주의 버리고 공신력 되찾자” 종교계 정화운동 ‘잰걸음’

입력 2004-01-14 00:00
수정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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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각종 선거자금 수수와 유용 혐의가 있는 정치인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험한 상황에서 종교계가 종교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잇따라 천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불교계는 지금까지 종교계에서 드물었던 외부감사를 자청하는 사찰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조계종 총무원장이 사찰들의 외부감사 추진을 공표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신교도 각 교단장이 한목소리로 자정과 반성을 새해 화두로 꺼낸 데 이어 보수·진보교단의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모두 신년 하례회에서 교회의 자정을 결의해 이같은 움직임이 교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종교계의 자정 움직임은 지난 연말 각 종단이 미리 발표한 신년사에서 감지됐으나 새해들어 실천 운동 차원으로 번지고 있어 관심을 끈다.비단 정치권 비리와 다툼으로 얼룩진 사회의 정화를 넘어 종교 자체의 자기반성과 개혁의 다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불교계의 외부 감사 자청은 아주 이례적인 일.현재 조계종의 경우 각 사찰들이 교구본사의 감사를 받도록 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 결과에 별로 연연하지 않았었다.이에 비해 서울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주지 지정 스님)는 교계 처음으로 외부감사를 자청해 받고 있으며 서울 강남구 양재동 능인선원(주지 지광 스님)도 다음주 중 외부감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종단의 부정부패를 막고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 올해부터 직할사암부터 외부 감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신교의 양대 산맥인 한기총과 KNCC가 나란히 교회 내부의 정화를 결의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개신교의 경우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교세확장과 담임목사 세습 등 물신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교회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보수쪽의 한기총은 지난 5일 신년하례예배에서 기독교의 자정 노력 없이는 교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으고,자숙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선한 영향을 미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이에 앞서 진보쪽의 KNCC도 지난 2일 신년예배에서 “현재의 한국교회는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고 고백한 뒤 교회가 우리 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공신력을 다시 회복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교계 최초로 외부감사를 자청한 불광사 주지 지정 스님은 “다른 사찰 주지들을 생각할 때 부담스러웠지만 가장 청빈하게 살아야 할 종교인들이 솔선해 모범을 보이는 것이 사회를 위해 바른 일인 것 같아 외부감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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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기자 kimus@
2004-01-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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