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강연장 된 법정/송교수, 호메로스·칸트 인용 ‘경계인의 고통’ 피력

철학 강연장 된 법정/송교수, 호메로스·칸트 인용 ‘경계인의 고통’ 피력

입력 2003-12-17 00:00
수정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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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에 대해 자폐적 한계를 느껴 유럽의 사회 사상과 이론을 북한의 이론가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 철학자 송두율씨는 1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李大敬)의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자신이 수행한 경계인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송씨는 이날 공판에서 북한 주체사상의 한계와 내재적 접근론에 대한 학문적 성과,호메로스의 서사시 등을 통해 복잡한 심경을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송씨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주체사상은 변방의 세계가 자기긍정을 하기 위해 만든 철학으로 긍정적 야만성과 자폐증적 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지난 91년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강의를 통해 주체사상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검찰은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칸트 철학에 기초한 방법론이며 남북 체제 모두에 대한 접근론으로 국제 학계에서는 한국에서 나온 자생적 이론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검찰의구속기소를 ‘분서갱유’와 ‘마녀사냥’에 빗대 강도높게 비판했다.송씨는 “‘책을 불태우는 자는 언젠가 사람을 불태운다.’는 말처럼 사상 논쟁은 자유에 맡기고 법은 그 테두리 밖에 있어야 한다.”면서 “나를 구속한 것은 책을 태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송씨는 이어 “검찰이 진리와 허위를 규명하는 학문에 적법과 불법으로 나누는 법의 코드를 적용해 중세식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검찰을 정면 비판했다.

법정에서 송씨에 대한 호칭을 놓고 설전도 벌어졌다.검찰은 “교수 송두율이 아니라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만큼 변호인이 피고인으로 부르지 않고 송 교수로 호칭하는 것을 제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송씨는 “오디세이아가 고향 이타카를 찾아가는 여행에서 요정 사이렌의 아름다운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돛에 자신의 몸을 매달았다.”면서 “내 삶의 궤적도 분단된 조국을 보면서 유혹을 벗어나기 위해 사회주의 연구에 몸을 매단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2003-12-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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