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센터 건설의 로드맵

[시론] 원전센터 건설의 로드맵

김춘진 기자 기자
입력 2003-12-12 00:00
수정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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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부지선정 작업을 원점으로 돌렸다.잘한 일이다.그동안 국민과 부안 주민에게 끼친 혼란과 불편을 생각하면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1984년부터 17년 동안 추진해온 주요 국책사업이 아무 성과없이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출발점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주민투표 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나 90년 안면도,94년 굴업도와 마찬가지로 난맥상만 드러냈을 뿐이다.

우리는 정녕 국민의 신뢰와 합의하에 효율적으로 원전센터 부지를 선정할 수 없는 것일까.이미 원전센터를 가지고 있거나 건설을 추진하는 외국의 예에서 그 열쇠를 찾을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1983년 원전센터 부지 선정을 위한 투명한 로드맵을 발표했다.정부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을 대상으로 정밀한 지질조사 끝에 최적의 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선정된 유라요키시의 의회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 다음 건설을 위한 연구소 설치를 의결해 정부에 알렸고,핀란드의회는 그동안의 절차가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었는지를 검토한 다음 유라요키시의 원전센터 건설을 인정했다.연구소는 앞으로 각종 모의실험을 통해 처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이 과정을 모두 주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은 20년 동안 70억달러를 들인 과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네바다주 유카산에 영구적인 원전센터를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상·하원의 추진 결정에도 불구하고 네바다 주민 80%는 반대한다.주정부도 연방법원에 취소 소를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지금도 진행되는 유카산 프로젝트는 최소 1만년동안 방사능 유출을 막아 자연과 인간을 보호하는 안전성에 최우선을 두었다.또 주민과 전문가의 반대의견을 수용해 끊임없이 기술실험을 하며,모든 과정을 주민에게 공개한다.

대만은 1981년 란위섬 원주민인 야미족에게 통조림 공장을 건설한다고 속이고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을 건설해 큰 부담이 되고 있다.임시저장 시설이 들어선 뒤 이 지역에 암과 백혈병 환자가 증가해 원주민들의 저항이 거세다.결국 핵폐기물 처분장을건설하기 어렵게 되자 북한에 폐기물 수출을 시도했다가 좌절됐다.

이런 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원전센터 부지선정은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지질조사를 통해 최적의 후보지 몇곳을 선정한 뒤 국민적 합의하에 추진해야 한다.모든 위험한 상황을 가정해 안전성을 보장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둘째로 중요한 점은 정부와 관계당국의 일관된 정책추진이다.관계기관이 똑같은 목소리로 주민을 설득하고 지역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만의 예에서 보듯이 주민의 눈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부안사태는,관련기관의 목소리가 제각기 달라 시작단계부터 주민을 설득하기는커녕 의혹을 부풀리고 불신감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커졌다.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단순화해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단기간에 성과를 얻어내려는 성급함 탓에 주민 합의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원전센터 부지선정은,주민의사를 우선시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를 통해 그 투명성과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제2·제3의 굴업도·안면도·위도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사업추진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더이상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최적의 부지를 선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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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춘 진 대한보건협회 부회장/ 본지 자문위원
2003-12-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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