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21세기 페스트 ‘에이즈’

[건강칼럼] 21세기 페스트 ‘에이즈’

김영철 기자 기자
입력 2003-12-08 00:00
수정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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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페스트는 천형이었다.한번 발병하면 무수한 사람이 속수무책 죽어나갔다.자신이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아는 사람들은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기도 했다.그후 의학의 발달로 페스트는 영원히 사라졌지만 인류의 잠재의식 속에서는 아직도 페스트로 상징이 되는 전염병의 공포가 남아 있다.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에이즈가 그것이다.

‘일탈적 성생활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는 터무니없는 인식 때문에 에이즈 환자들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에이즈에 대한 온갖 루머가 횡행하기도 한다.혹자는 질병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가 하면,더러는 질병의 실체를 과장해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신의 진노’라고 믿기도 한다.본질을 보면 에이즈는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녹색원숭이가 사람에게 전파한 질병의 하나일 뿐이다.성교와 수혈,모자감염 등 직접적인 접촉을 제외하면 전파력도 극히 약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주위에 환자가 있다고 공포감을 느낄 이유는 없다.게다가 병의 진행이 매우 느려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충분한 여생을 보낼 수도 있다.이 때문에 학자들은 에이즈를 ‘21세기 결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물론 본인과 가족을 위해 위험한 성관계는 피해야 하고,불가피했다면 조기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검사 시기는 성접촉 후 3개월 이내가 좋다.물론 드물게는 2년쯤 후에 양성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으나,한 번의 성관계로 에이즈에 걸리고 그 후 3개월 째 검사에서 감염이 확인될 가능성은 천문학적으로 희박하다.그걸 걱정하기보다는 교통사고를 대비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물론 고위험군과 지속적인 성관계가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질병에 대한 중세적 인식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이런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 때문에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자신의 과오를 되뇌이며 망상의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그런 망상의 병에는 처방할 약도 별로 없다.

김영철 선릉 힐비뇨기과 원장

2003-12-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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