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일상속 ‘꿈’ 들은…/김하경 소설집 ‘숭어의 꿈’

노동자의 일상속 ‘꿈’ 들은…/김하경 소설집 ‘숭어의 꿈’

입력 2003-12-03 00:00
수정 200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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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한마리가 파란 바다 위를 솟구쳐 오른다.그 역동적인 힘찬 몸짓에 가슴이 설렌다.사진을 찍듯이 삶의 현장에서 숭어처럼 힘차게 뛰어오르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글 속에 영원히 담아둘 수는 없을까.”

김하경(58)의 소설집 ‘숭어의 꿈’(갈무리 펴냄)은 숭어의 이미지처럼 솟구치는 싱싱함이 넘친다.전태일문학상을 받은 ‘합포만의 7월’을 취재하기위해 서울과 마산·창원을 오가던 그가 91년 아예 마산에 눌러앉으며 10년 동안 건져올린 노동 현장의 이야기들에는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난다.

●김 모락모락 나는 노동현장 이야기

28편의 짧은 작품은 노동자인 ‘숭어’의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꿈’을 다룬 것인데 노동소설의 도식성을 벗어버린다.웃고 울고 고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일상을 세밀하고 재미있게 그리면서 노동조합·노동운동이라는 딱딱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숴버린다.

맞벌이 노동자가족이 자동차 한대를 산 뒤 중산층이 되려는 꿈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룬 ‘됐나?됐다!’,노동조합을 와해시키면서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이 자신도 구조조정의 피해자가 되는 ‘부메랑’ 등은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을 만한 애환을 담았다.

또 술마시고 외박한 남편이 아내의 바가지가 무서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미리 엄포를 놓으며 집으로 들어갔다가 아내가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바람에 곤혹을 치르는 과정을 다룬 ‘장미전쟁’이나 밤 10시30분에 시작한 맞벌이 노동자의 부부싸움을 시간대로 묘사한 ‘의견 일치’ 등은 평범한 월급쟁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이런 다양한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의 전형을 확보하고 그 사연을 촘촘히 엮어 사회의 단면도를 만든다.

●평범한 월급쟁이 일상등 코믹하게

그렇다고 작가가 노동해방·인간해방에 대한 열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원래 뛰는 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는 법이다.알긋나?”(35쪽)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흔들리지 않는 노동자들의 건강함을 중심에 세운다.그러면서도 “치열한 투쟁 현장을 다루되 잃어버리기 쉬운 예술의 다의적 미학적 탄력성을 결합하겠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처럼 ‘숭어의 꿈’이 지니는 미덕은 소재주의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재미와 문학적 감동을 담보한 채 현실주의 문학의 아름다운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전화 통화에서 “이번 작품집에는 금속노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기회가 닿으면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인 교육문제나 병원 문제를 다룬 이야기도 쓰고 싶다.”고 했다.

6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10년 동안 교직에 몸담으며 ‘주간시민’에 ‘여교사 일기’를 연재했고 방송작가로도 일했다.방송사 통폐합과정에서 사전 검열에 항의,사표를 내고 사당동 집에서 쉬다가 눈뜨고 못볼 참상에 맞서 철거민협의회 등에서 일하다 88년 실천문학에 단편 ‘전령’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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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기자 vielee@
2003-12-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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