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풀 죽은 한국스포츠

[데스크 시각] 풀 죽은 한국스포츠

오병남 기자 기자
입력 2003-11-28 00:00
수정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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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늦가을의 스산함이 가득한 서울 목동운동장에서는 나흘전 전격적으로 팀 해체 통보를 받은 서울시청 축구팀 선수들이 실업축구 K-2리그 고별전을 치렀다.같은 날 해체 통보를 받은 배구단 등 100여명의 처절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상무에 1-4로 패한 이들은 끝내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선수들은 창단 27년의 명문팀이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린 황당함보다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막막했기에 더욱 가슴이 저몄는지도 모른다.

불과 1년전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일궈낸 한반도에서,더구나 연고 프로팀 창단을 서두르는 수도 서울에서 한해 운영비 5억원을 아끼기 위해 빚어진 비극이자 희극이다.

지난달에는 1994년 창단돼 지난해 4관왕에 이어 올해 종별선수권 정상에 오른 ‘신흥 명문’ 현대백화점 탁구단이 해체됐고,알리안츠 여자핸드볼팀과 현대 아이스하키팀 등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프로팀이라고 사정이 크게 나을 것도 없다.프로축구 부천 SK가 이미 매각을 선언했고,프로야구와 프로농구 구단 가운데 상당수가 모기업의 체면상 차마매각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무관심속에 어렵게 ‘연명’하고 있다.“IMF때보다 힘들다.”는 상인들의 아우성에 못지않은 시련을 스포츠계도 겪는 셈이다.척박한 토양을 딛고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 준 아마추어스포츠,‘무늬만 프로’일 수밖에 없는 여건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 프로스포츠 모두 근본이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자고 나면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감원 폭풍이 몰아쳤던 ‘IMF 시절’에 그래도 국민들을 살맛 나게 해준 것은 스포츠였다.박세리가 미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승수를 더할 때마다 국민들은 온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흥분했고,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누빈 박찬호와 선동열 이종범 등을 지켜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스포츠는 늘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았다.그 억울함과 황당함이 ‘제2의 IMF’라는 요즘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유예기간도 주지 않는 전격 해체는 비도덕적”이라고 절규한 권오손 서울시청 축구팀 감독처럼 당사자들은 ‘분노의 저항’을 다짐하지만 ‘약발’이 먹힐 것 같지는 않다.거의 유일하게 현실적 대응력을 지닌 정부가 스포츠계의 절박함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6월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강조한 ‘국민체육진흥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그동안 거론된 당위론을 모아 놓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체육정책이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하지만 옳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현실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당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순리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문성을 갖춘 조직.그러나 체육정책을 다루는 중앙부처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문화관광부의 한 국에서 대통령과 주무 장관조차 관심이 없는 분야에 유용한 대안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스포츠를 전담할 독립된 중앙행정 부처(체육청 또는 청소년체육부) 신설을 요구하는 체육계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게 들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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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병 남 체육부장
2003-11-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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