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 귀한 외지손님이 오면 꼭 모시고 가서 대접한다는 한정식집이 하나 있다.점암면 모룡리의 ‘황해식당’이 바로 그 곳.

도저히 고급 한정식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한적한 시골마을이기에 손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식당에 들어서게 마련이다.

상에 올리는 음식을 보자.삼치회,참돔찜,꽃게찜,세발낙지 무침,대하찜,노래미탕,서대회 무침,어리굴젓,토하젓,밴댕이젓 등 30여가지가 대부분 바다에서 난 것들이다.구이나 조림으로만 먹다가 회로 먹는 삼치맛은 너무 새롭다.참치맛 같기도 하고,병어맛이 느껴지고도 하고.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양념장을 발라 구운 참돔찜과,살짝 데쳐서 야채와 버무린 세발낙지 무침은 서울의 고급 한정식집 일품요리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문받은 음식에 맞춰 아침 일찍 녹동이나 여수 포구에 가서 장을 봅니다.비싸도 크고 싱싱한 것을 고르는 것은 기본이죠.” 그래서 음식은 적어도 하루 전 주문해야 하고,10명 이상 되면 2∼3일 전 주문해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장보기는 식당 주인 배무섭(66)씨,음식 만들기는 그의 부인 손금자(59)씨의 몫.부모에 이어 음식점을 운영한 지 45년째다.음식값은 5인상 기준 10만원.

“지금까지 음식을 드신 뒤 비싸다고 불평하는 손님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배씨의 말투에 특급호텔 주방장 못지않은 자존심이 배어 있다.



글·사진 고흥 임창용기자 sdar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