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위원 칼럼] 全씨 소장품 경매보도 유감

[편집자문위원 칼럼] 全씨 소장품 경매보도 유감

라윤도 기자 기자
입력 2003-10-07 00:00
수정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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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개인용품에 대한 경매가 화제에 올랐다.대통령기념관에 소중하게 보존돼야 할 전직 대통령의 물건들이 경매에 부쳐져 팔려나갔다는 보도를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치감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이날 팔린 물건들은 서예작품,병풍,동양화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에서부터 TV,피아노,찻잔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49종이며 심지어 진돗개 2마리까지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은 개인적 품성,언행,또는 치적의 차이 등을 불문하고 해당 임기중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역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기록된다.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소장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되는 것이 일반적인 예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재임시의 부정축재로 인해 두 번 국민을 놀라게 했다.첫 번째는 추징금이 2205억원의 천문학적 숫자라는 것이고,두 번째는 대통령을 지냈다는 사람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그렇게 무성의하고 뻔뻔스러울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동안 환수한 액수가 총액의 14%인 314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지난 6월 “가진 것은 29만 1000원뿐”이라는 법정 진술은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의 씀씀이나 가족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고 들었던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따라서 법원이 1890억원에 달하는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 전 대통령의 명의로 된 것은 모두 팔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경매에서 비록 10배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기는 했어도 근본적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에 그쳤다.결국은 상징성에 그치고 말았고 국민에게는 수모감만을 안겨준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본질에의 접근보다는 하나의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치부하는 데 그쳤다.법원의 경매발표를 다룬 9월27일자는 품목과 가격에 초점을 두었고,경매결과를 다룬 10월3일자 보도도 예상 외의 인파,감정가보다 10배 가까운 가격에 팔려나갔다는 사실에만 관심이 두어졌다.어느 신문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전·현직 대통령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사설이나 칼럼 등을 볼 수 없던 것은 매우 아타깝다.

대한매일도 9월27일자에는 경매하게 된 경위와 품목 등에 중점을 두었고,29일에는 ‘씨줄날줄’에서 애견압류에 대한 칼럼이 게재된 데 이어 10월3일자에는 ‘전두환씨 살림 49점 경매,감정가 10배 1억 7950만원’이라는 제목 하에 낙찰자들의 면면과 그 주변 얘기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경우도 3대 토머스 제퍼슨의 장서,5대 제임스 먼로의 사저 등 전직 대통령의 소장품들이 퇴임 후 직접 팔린 일들이 여러 차례 있다.부정축재를 환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 궁핍 때문이었고 대부분 지인들이 구입해 다시 돌려보내졌다.이번 경매에서도 그같은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많아 아쉬움 속에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병폐는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부정축재나 대형 재난도 그렇고 천재지변에 당하는 것도 그렇다.일부 전직 대통령들의 부정부패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사회와 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을 잠시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그런 측면에서 이번 전 전 대통령의 소장품 경매는 그 사실 자체보다는 그를 통해서 현직 대통령에게,또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라 윤 도 건양대 교수 문학영상정보학부
2003-10-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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