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37년만에 찾아뵙니다”/선친묘소 찾은 송두율교수 눈물 매일밤 수면제·술먹고 잠 청해

“아버지… 37년만에 찾아뵙니다”/선친묘소 찾은 송두율교수 눈물 매일밤 수면제·술먹고 잠 청해

입력 2003-09-29 00:00
수정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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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귀국한 이후 5일 동안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은 송두율(宋斗律·59) 교수는 27일 밤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 숙소에서 독한 보드카를 세 잔이나 들이켰다.한 지인은 “평소 술을 못 마시는 송 교수로서는 ‘과음’한 셈”이라고 말했다.

휴일인 28일에는 가족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리 천주교 공원묘지에 있는 선친 송계범(宋啓範)씨의 묘소를 찾았다.그는 지난 96년 부친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사실을 항상 안타깝게 여겨왔다.

송 교수는 이날 묘소 앞에서 “아버지 죄송합니다.37년 만에 이 땅에 와서 제일 먼저 찾아뵈려고 했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라며 울먹였다.소주잔을 놓을 때는 격한 감정에 몸이 휘청거렸으며,무덤가에 소주를 뿌리며 “생전에 술을 무척 좋아하셨는데….”라며 37년 전으로 돌아간 듯 옛일을 되뇌었다.

송 교수는 지난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땅을 밟은 뒤 강도높은 조사와 출국정지 조치,녹록지 않은 국내 여론에 마음고생을 간간이 호소했다.27일 국정원 조사에서 “한국 실정법을 준수하겠다.”는 문서를 작성·제출하고,‘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초청을 받은 사실을 밝힌 점에서도 ‘지식인 송두율’의 복잡하고 착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송 교수는 지난 26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해외 민주화운동 초청인사 환송만찬’에서 지금껏 내보이지 않던 심사의 일단을 표출했다.인사말을 통해 “나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송두율”이라고 운을 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송 교수를 수행하는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까지 송 교수의 입국을 허가했던 현 정권의 정치적 부담과 송 교수의 개인적 의지가 갈등을 빚어온 과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법당국이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임을 확신,사법처리와 추가조사 방침을 시사한 시점부터 송 교수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송 교수가 머무르고 있는 아카데미하우스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부인과 함께 매일 조간신문을 검색하며 자신을 다룬 기사를 읽고 놀라고 당황해했다.”고 귀띔했다.송 교수의또 다른 지인은 “매일 밤 수면제를 복용,잠을 청하고 독한 술을 억지로 마시며 괴로워했다.”며 안타까워했다.이를 두고 ‘지식인 송두율’이 한국 사회의 법적·정치적 현실과 충돌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함께 온 가족의 아픔도 마찬가지다.독일에서 나고 자란 두 아들은 아버지가 고국에서 겪는 아픔에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휴식을 위해 묘소 근처의 사찰로 옮긴 송 교수는 “우리 사회가 예전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마음으로 서로 보듬어 안고 지내면 안되느냐.”면서 “통일의 충격을 통해 이 사회가 아름다워지길 바란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구혜영·남양주 유영규기자 koohy@
2003-09-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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