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삶을 엮으니 詩가 되고…/수팅 시집 ‘상수리 나무에게’

고된 삶을 엮으니 詩가 되고…/수팅 시집 ‘상수리 나무에게’

입력 2003-09-17 00:00
수정 200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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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시간 정도의 오후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냄새나는 공장 담벼락에 축축한 시멘트 포대를 몇장 깔고 벽돌을 베고 누워 ‘아도르노의 미학평론’을 마저 읽을 수 있었다.”(154쪽)

중국의 대표적 여성시인 수팅(舒)의 시집 ‘상수리나무에게’(시평사 펴냄)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계간 ‘시평’지가 ‘아시아시인선’시리즈 첫 기획으로 내놓은 수팅의 작품은 두가지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먼저 시인이 겪어온 신산한 삶.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이후 미장공 전구공 납땜공 등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한밤중까지 야근을 할 때면 별들이 실명한 눈동자처럼 창백하고 무력해 보였다.”고 기억하는 힘든 시절 틈틈이 쓴 59편의 시들은 고르게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그 힘은 개인적 체험에 매몰되지 않고 보편적 정서로 승화하고 있는 데서 나온다.

또 시인이 추구한 인간의 가치는 계급성을 강조하는 사상적 통제에도 눌리지 않았다.노동현장의 ‘작업라인’을 노래한 뒤 어느 시 잡지 편집자로부터 “우울하고 난삽하여 청년 여공의 정서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난받은 시 ‘조국이여,내 사랑하는 조국이여’가 대표적인 예.시가 끊임없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등,여공이면서도 호화생활을 잊지못하는 자산계급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그는 인간의 감정에 충실했다.고통의 직접적인 토로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서정적 무늬를 수놓으면서 현실을 따뜻하게 응시한다.

“…하이데거 표현대로 ‘가슴이나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동시에 쓴 시’… 중국 문학비평가인 류짜이푸(劉再復)가 말한 것처럼 ‘작품과 인간이 일치하는’시…수팅의 시가 그런 시”라는 번역자인 중문학자 김태성씨의 평가는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이종수기자
2003-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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