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복지는 큰 그림 그려야

[열린세상] 복지는 큰 그림 그려야

김성이 기자 기자
입력 2003-09-10 00:00
수정 200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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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가 있다.할머니가 머리에 떡을 이고 산고개를 넘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하자 떡을 한 개씩 주다보니 떡이 다 떨어지고 종국에는 목숨까지 잃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보건복지부가 바로 이 할머니의 모습 같아서 안타깝다.지금 복지업무는 하나씩 각 부처로 분산되는 모습이다.원래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던 노동업무가 떨어져 나가 노동부로 발전했다.노동부에서는 노사간 발생하는 업무가 주이지만,실업자에 대한 구제 등의 복지업무도 많이 수행하고 있다.특히 IMF관리 체제 이후에는 실업자와 장애인들의 고용업무 등 많은 복지업무를 시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도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내무부에서 행정자치부로 부처가 전환될 때 행정자치부에서는 전국적인 행정조직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국민을 자원봉사자화하기에 유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복지부로부터 자원봉사 업무를 이관 받았다.현재 자원봉사협의회를 발족시켜 더욱 복지업무를 확장하고 있는중이다.

올 들어서는 여성부에서 보육업무를 보건복지부로부터 이관 받아 실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해당 보육시설과 사회복지관련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부에서는 우리부처는 할 일이 적어 보건복지부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한 번 주겠다고 한 보육업무를 왜 빨리 주지 않느냐.’고 독촉하고 있다.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 논의가 제기되자마자 교육부에서도 아동의 보육 문제는 교육부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유아교육법 등을 만들어 아동보육 문제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이런 실정으로 볼 때 교육부에서도 보육업무 이외에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복지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농촌지역에서는 노인복지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농어촌노인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농촌지역의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전개하려고 하자 농림부에서는 농촌일은 농림부 소관이므로 농림부에서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국무총리실에서도 복지업무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국민연금의 연금기금 관리를 국무총리실이 맡기로 했다.

정부는 복지업무를 부처 이기주이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나눠 줄 것인가.이렇게 나아간다면 보건복지부에 남아있을 업무는 없을 것 같다. 복지업무가 이렇듯 각 부처로 이관·분산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복지행정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사회적 혼란만을 야기시키고 있을 뿐이다.정부는 하루빨리 복지행정의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그 방안은 크게 두가지이다.첫째,보건복지부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다.지금 외국에서는 복지부에 노동업무를 덧붙여서 복지업무를 강화하는 형태로 나가고 있다.영국에서는 복지부와 노동부를 합쳐서 노동연금부로 하였으며 일본에서도 후생성과 노동성을 합쳐서 후생노동성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우리도 외국의 경우처럼 복지관련 부처를 통합하여 강력한 복지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기왕에 복지업무가 전부처로 분산되기 시작한 만큼 모든 부처가 복지업무를 담당토록 하고 복지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해부처간의 업무를 조정토록 하는 방안이다.이 경우 복지부는 각 부처에서 담당할 수 없는 특수대상자들 즉 노인,장애인,여성,아동 등을 묶어서 담당하는 독일형 복지 체제를 갖추면 된다.사회복지 업무의 부처간 업무 협조를 위한 복지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에 부총리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행토록 한다면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쪼록 국가는 팽창하는 국민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복지행정의 큰 그림을 하루빨리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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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이 이화여대 교수 사회복지학
2003-09-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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