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李시장의 삭발론 ‘올가미’

[오늘의 눈] 李시장의 삭발론 ‘올가미’

송한수 기자 기자
입력 2003-09-10 00:00
수정 200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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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뒤 이명박 서울 시장과 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 하재호(39·행정7급) 대표가 만날까. 하 대표는 지난 8일자 직협 소식지에 ‘이명박 시장님에게 드리는 글’에서 6급 이하 하급직원들의 인사적체 해결 등 현안 논의를 위해 추석 뒤 만날 것을 제의하면서 “시장님,이젠 제 머리도 제법 보기 좋을 만큼 자랐다.”고 토를 달았다. 회동과 삭발은 언뜻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하지만 내막을 알면 머리가 끄덕여진다.이 시장은 지난 7월 초 기자 간담회에서 청계천복원사업 전 상인대표와의 협상 사례를 들면서 “삭발은 왜 했느냐.머리가 자라면 그 때 찾아오라.”는 요지의 얘기로 말문을 막았다고 했다.“삭발은 투사(鬪士)들이나 하는 것이지 (고객을 대하는)상인의 태도는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지난해 연가투쟁을 주도해 해임된 뒤 삭발농성 중이던 그에게 이 시장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머리를 꼭 깎아야 하나.공무원답게 행동하라.”고 ‘주의’를 줬다는 게 직협측의 설명이다.

시청 공무원 A(38)씨는 “농성때삭발은 강력한 항의의 표시이며,세상과 인연을 끊겠다는 불교식 의사표현인데 이 시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B(44)씨는 “삭발은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유교식 발상을 은연중 강조,대화 상대를 제압하려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여서 (이 시장이)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직협의 한 간부는 “건설사 회장 등을 지내면서 (노사문제로)삭발한 사람들을 많이 봤을 텐데,공무원이라고 해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은 보수적인 발상”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삭발 불가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또 이 시장이 ‘삭발 자격’으로 밝힌 투사가 무얼 가리키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그러나 상인은 상인답게,공무원은 공무원답게 처신해야 하는데 머리 깎는 일은 이와 걸맞지 않다는 게 이 시장의 주장인 것 같다.결국 하 대표는 공무원답게(?) 머리를 적당히 길렀으니 대화를 갖자고 제의한 것이다. 추석이 지나 이 시장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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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전국부 기자onekor@

2003-09-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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