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평면 넘나드는 작품세계/이기봉, ‘그 곳은 장소가 없다’ 展

공간과 평면 넘나드는 작품세계/이기봉, ‘그 곳은 장소가 없다’ 展

입력 2003-09-08 00:00
수정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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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가운데 흰 침대가 놓여있고 사면에는 수직의 가는 선들이 촘촘하게 늘어뜨려져 있다.그 선들을 따라 흘러내리는 붉은 물방울들이 위기감과 긴장감,한편으로는 나른한 기분을 이끌어낸다.회화와 설치작업을 병행하는 작가 이기봉(46)이 내놓은 ‘수면기계(The Sleep Machine)’는 단순한 시각적 반응뿐 아니라 졸음을 불러오는 신체적 반응까지 유도하는 색다른 작품이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기봉의 ‘There Is No Place-The Connective(그 곳은 장소가 없다-접속사)’전은 무엇보다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조한 것이 특징.작가가 다루는 오브제들은 한결같이 물의 흐름에 맡겨진 채 생성과 변화,소멸의 과정을 보여준다.끊임없이 변전(變轉)하는 우주만물의 속성을 작가는 이런 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설치작업의 상징이 ‘수면기계’라면,평면작업의 핵심은 ‘Bubble Reading(거품읽기)’ 시리즈다.흑과 백으로 구성된 이 평면작품은 구상적인 묘사와 추상적인 이미지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여기서도 물의 심상은여지없이 드러난다.작가는 불투명한 흰색 화면에 꽃의 형상이 배어나오게 한 작업과 검은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듯한 이미지를 대비시켜 구체적인 사물이 형체도 없이 추상적인 이미지로 변해버린 모습을 나타낸다.물질과 비물질의 관계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다.

이밖에 ‘소멸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듯한 강렬한 형광색 책상 ‘비열한 커플-이중적 의미’,수족관 안에서 두개의 병이 떠다니는 모습을 통해 상충하는 마음의 자아를 묘사한 ‘I Couple 사랑과 증오의 대화’ 등도 주목할 만하다.현재 고려대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이기봉은 분당 요한 성당벽화 작업을 2년에 걸쳐 완성하는 등 공공미술 분야에서도 역량을 인정받는 중견작가다.전시는 27일까지.(02)735-8449.

김종면기자 jmkim@

2003-09-0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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