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비의 빛깔

[길섶에서] 비의 빛깔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8-30 00:00
수정 2003-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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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철마다 다른 빛깔로 다가온다.같은 비라도 어느 철에 내리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한여름 소낙비는 파란 빛이다.한증막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잠깐 스쳐가며 무더위와 갈증을 한방에 날려버린다.봄철의 가랑비는 그린 빛.새벽부터 밤중까지 추적추적 내려 지루하긴 해도 만물을 소생시키는 고마운 비다.초여름 장맛비는 빨간 빛.곳곳에 게릴라성 폭우를 퍼부어 물난리를 일으키곤 한다.낙엽을 재촉하는 가을비는 노을 빛.사람을 한없이 맥빠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낭만이 있다.

이번 여름엔 비가 지겹게도 온다.일주일에 두 세번씩 꼬박꼬박 내린 지가 벌써 석 달째다.1년 동안 내릴 비가 지난 석 달간 한꺼번에 쏟아졌다.올 여름 비는 잿빛이다.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을 지나는 느낌이다.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마룻바닥이 끈적끈적 달라붙는 것이 영 상쾌하지 못하다.요즘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자살자도 유난히 많아진 것 같다.햇볕이 그립다.북태평양 고기압아,제발 이젠 우리 곁을 떠나다오.

염주영 논설위원

2003-08-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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