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군부 인권유린상 알려야했다”/ 日 세카이誌 익명칼럼 ‘한국통신’ 지명관교수 집필동기 밝혀

“70년대 군부 인권유린상 알려야했다”/ 日 세카이誌 익명칼럼 ‘한국통신’ 지명관교수 집필동기 밝혀

입력 2003-07-26 00:00
수정 200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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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1988년까지 일본의 진보 월간지 세카이(世界:이와나미 서점 발행)에 ‘한국으로부터의 통신(韓國からの通信)’이라는 칼럼을 연재,군부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을 전 세계에 고발했던 얼굴없는 칼럼니스트 ‘T.K.생’은 지명관(사진·79) 한림대 석좌교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이같은 사실은 8월7일에 발매되는 세카이 9월호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 교수는 1973년 세카이의 편집장 야스에 료스케(安江良介·98년 작고)의 권유로 칼럼을 집필하기 시작해 1988년 3월까지 16년 동안 게재했다.마지막 칼럼의 제목은 ‘17년의 세월이 흘러가고’였다.

73년은 박정희 정권이 72년 10월 유신헌법을 통과시키고 긴급조치를 발동하며 철권통치에 돌입했던 시기.당시 일본에 머물렀던 지교수는 군부의 인권유린의 실상과 한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알리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카이가 한국에 파견한 외국인들,박형규 목사와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관석 전기독교교회협의회(NCC)총무 등 국내 양심세력들이 인편 등으로 보낸 소식과 정보 등이 집필 자료였다.그의 얼굴없는 칼럼은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 국내 지식인과 학생들의 ‘필독 목록’이 됐다.

중앙정보부와 그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추적도 집요했다.지 교수는 작고한 세카이 편집장 야스에가 내 원고를 받으면 옮겨 적은 뒤 폐기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전했다.지 교수는 15년이 지난 뒤에야 얼굴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뭐가 중요하냐.글 안에 담겨 있는 내용,즉 민주화를 위해 싸운 사람들의 희생이 고귀하고 값지다.”고 말했다.

지난 5월까지 KBS 이사장을 지낸 지 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에는 ‘민주화 정권이 출범했으면 됐지,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낼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예전의 민주화 동지들이 이젠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해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노무현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공개 결정을 부추긴듯 했다.그는 “현 정부가 탄생한 것은 광범위한 민주화 세력 덕분인데 패거리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노 정권은 광범위한 통일적인 정치세력이 그기반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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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범기자 lokavid@
2003-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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