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광장] 나는 토익이 싫다

[젊은이 광장] 나는 토익이 싫다

임지혜 기자 기자
입력 2003-05-03 00:00
수정 2003-05-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22년째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한 명은 취업이라는 난관을 눈앞에 둔 대학 4학년생이고,다른 한 명은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안달이 나서 주가가 높아진 ‘토익’(TOEIC)이다.

토익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공교롭게도 필자가 태어난 1982년이다.잘 나가는 동급생을 시샘해서 그런지 토익이 정말 싫다.그렇지 않아도 모순투성이인 이 사회에 또 하나의 모순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토익은 국제적 공용어인 영어의 숙달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다.모든 직업에 그 같은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그러나 지금은 직업의 성격을 막론하고 누구나 토익 860점은 갖춰야 기본적으로 원서 한 장 내밀어 볼 수 있는 세상이다.이러한 입사 풍토 때문인지 취업시장에서는 ‘860점 기준에 900점 이상 맞아야 안정권’이라는 말도 나돈다.

전국 서점 어디서나 각종 토익 책이 불티나게 팔리며,잘 나간다는 토익 강사의 수업을 들으려면 새벽부터 학원에 나가 수강 신청을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심지어 암표까지 횡행한다.이들의십중팔구는 영어의 필요성을 인식해서가 아니라 취업을 위해 토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회사에서 원하기 때문에 토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그 같은 요건의 당위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지도 않고 ‘모르쇠’ 하는 사람들이 답답할 따름이다.일하는 곳이 외국 문서를 받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라면,평생 외국인 고객 두세 명을 상대할 만한 환경이라면,그래도 토익은 필요한 것일까?

고용주나 인사 담당자도 토익 점수가 어떤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까지 평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지원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는 것이다.그렇다면 토익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고용주 역시 토익을 형식적인 절차로 받아들이고 있다면,토익을 준비하는 수많은 예비취업자는 그것을 내던져도 되는 것이 아닌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어쩔 수 없는 원리라면,예비취업자가 토익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고용주측에서 원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면접을 심층화한다거나 예비수습 단계를 둬 어떤 일을 직접 수행해보는 것이다.

특히 예비수습 과정을 채택한다면 신입사원 교육도 따로 실시할 필요가 없고,정해진 시간에 적절한 능력을 펼쳐낼 수 있는지를 좀더 쉽게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토익에 매달리기보다는 원하는 일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는 데 더 정성을 쏟지 않을까.

솔직히 ‘토익!’,‘토익!’하는 세상의 성화에 얼마 전 토익 책을 샀다.그러나 역시 마음이 가지 않는 곳엔 다른 일도 되지 않는지,책 한번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끝내 결심했다.토익을 보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람이 되겠다고.토익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토익이 전부는 아니라고 알려주는 본보기가 될 거라고.‘토익 안 보기’ 선언을 해버렸으니 취업난에 허덕여도 다른 수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일언은 중천금이므로.그리고 고용주 측에서 신입사원 받는 방법을 바꾸기를 고대하는 수밖에 없다.

임 지 혜 명지대 신문사 전 편집장
2003-05-03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