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北송금 국정원 주도’ 포착 / 정권차원 조직적 은폐 ‘의혹’

특검 ‘北송금 국정원 주도’ 포착 / 정권차원 조직적 은폐 ‘의혹’

입력 2003-05-03 00:00
수정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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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대북송금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백성기 전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이 진술함에 따라 특검 수사는 송금 실체 규명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백 전부장이 비록 첫 발언 보도후 일부 내용을 번복했지만 그의 당초 진술은 신빙성이 높아 국정원의 北송금에 대한 특검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새롭게 드러난 북송금 전모

백씨는 “국정원이 송금을 주도해 마카오의 북한 단체 계좌로 돈을 보냈다.”고 밝혔다.이는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지난 2월 국정원은 ‘환전편의’만을 제공했다는 발표와도 전면 배치된다.임 전 특보는 “정상회담 준비에 전념하고 있어서 편의제공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고,돈이 북으로 갔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국정원이 송금을 주도하고 ‘늘 하던 식대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송금했다고 말한 만큼 당시 국정원장 임 전 특보가 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현대상선의 산은 대출금 2235억원이 마카오에 상주한 북측 기업인 조광무역 계좌가 아닌 북한의 모 단체 계좌로 입금됐다는 점도 새로운 사실이다.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송금 루트다.

또 감사원이 산은 수표 배서자 6명의 신원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진술은 상당한 파장을 예고케 한다.대북송금을 둘러싼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은폐행위로 사안이 확대될 수 있다.

국정원을 통한 송금 때 용처를 묻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 백씨의 증언은 국정원이 자체 위장계좌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던져준다.산은 대출금 2235억원은 2000년 6월 10일 외환은행 본점에서 출금되기 하루 전에 이미 북한에 송금됐다.국정원 계좌를 통해 송금을 할 때 외환은행이 용처를 묻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 백씨의 말은 사실상 국정원이 자체 위장계좌를 통해 미리 송금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북송금 여러 차례 이뤄졌나

그동안 DJ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송금액은 모두 5억달러.그중 2억달러는 현대상선 대출금으로 자금 조성경위와 송금 경위가 드러났지만 3억달러의 행방은 묘연하다.그러나 이날 백씨는 “외환은행은 국정원이 돈을 북한에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같은 일이 자주 발생했다.”고 밝혀 국정원의 대북송금이 여러 차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대북송금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던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의 발언도 백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닉시 연구원은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현대가 북한에 모두 9억달러를 지원했으며 1억달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치품을 사는데 쓰였다.”고 언급,구체적인 사용처까지 밝혔다.

●감사원 은폐 시도

외환은행이 배서자 6명의 신원을 감사원에 통보했었다는 백씨 진술은 ‘신원미상’이라고 발표했던 감사원의 특별감사결과가 조직적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게다가 특검팀이 최근 경찰 전산망을 통해 배서자의 신원을 쉽게 확인한 점을 볼 때 감사원이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신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1월 배서자의 신원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등재되지 않아 실체조차 확인할 없다고 발표했다.감사원은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했거나 사실을 은폐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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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기자 ejung@
2003-05-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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