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無右手人’

[길섶에서] ‘無右手人’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3-04-16 00:00
수정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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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식곤증을 겨우 가누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잠시 담벼락에 걸린 목각판(木刻板)들에 눈길이 멎는다.“‘네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는 유순한 마음/‘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봉사하는 마음/……”(일상의 5가지 명심)

글귀 내용은 잠언들이 대부분이다.그런데 색다른 글이 있었다.제목은 ‘보람된 노후’였다.“늙은이가 되면 설치지 말고/…우는 소리, 군소릴랑 하지 말고/그저 남의 말에 칭찬만 하소/묻거들랑 가르쳐주기는 하나/알고도 모르는 척 어수룩하기나 하소/……”

어릴 때 오른팔을 잃고 대신 의수 끝에 달린 작은 망치와 왼손의 끌로 나무판에 글을 새기고 있는 ‘무우수인’에게 이런 글귀를 어디서 모았느냐고 물었다.그는 낡은 공책을 내보이며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좋은 말들을 제가 이렇게 정리해두었다가 새기지요.”라고 말했다.왜 이름을 새기지 않고 ‘무우수인’이라고 적느냐고 묻자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지요.”라고 대답했다.순간 졸음이 가셨다.

이경형 논설실장

2003-04-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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