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통반장 동원 서명받아 ‘물의’

市, 통반장 동원 서명받아 ‘물의’

입력 2003-04-15 00:00
수정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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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배수지 건설 지지 해달라”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성미산 배수지 건설 지지서명 명부’를 들고 온 이 동네 반장은 “수돗물 잘 나오게 하려고 시에서 하는 일이니까 서명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주민 최모(49·여)씨는 “마을에 작은 산이 있으면 좋기는 한데….”라며 주저했지만 반장이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서명을 했다.다른 주민 이모(32)씨는 “와우산 배수지공사 때도 말로는 생태적으로 복원한다고 해놓고 잘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에 배수지를 짓겠다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인근 주민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시와 주민들간의 ‘서명운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는 지난 8일부터 ‘성미산 아름다운 숲으로 가꾸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홍보물 6만장을 공무원,통·반장,관변단체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반상회나 각 가정을 방문,‘지지서명’도 받고 있다.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최근 배수지 공사를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다수 주민들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라.”고 지시한 직후 일어난 일이다.때문에 배수지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시가 행정력을 동원,지지서명을 받아 공사 강행의 근거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은 14일 “서울시가 애초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로 해 놓고 지지서명을 받고 있다.”면서 “연대모임이 받아 놓은 2만 3000명의 반대서명을 무시하면서 공무원을 동원해 지지서명을 받는 것은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마포구청측에 지역주민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반대측의 서명은 배수지 공사뿐만 아니라 아파트 건설 반대에 대한 서명도 포함돼 있는 등 명확하지 않아 조만간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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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상기자
2003-04-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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