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시장경제 인간형’ 찾기 골몰

[베이징은 지금]‘시장경제 인간형’ 찾기 골몰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2003-03-06 00:00
수정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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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격)를 통해 경제면에서는 의욕적인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하지만 정치·이데올로기면에서는 과거의 망령을 좀체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40년 전인 1963년 3월5일,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뇌봉(雷鋒) 동지를 따라 배우자.’는 운동을 주창했다.마오쩌둥의 전사(戰士)로서 공산주의 이론을 실천한 뇌봉은 22살의 나이에 요절한 이후 중국의 살아 있는 ‘신화’가 된 인물이다.40년이 지난 지금,중국인들은 수북하게 먼지가 쌓인 낡은 사진첩에서 다시 뇌봉을 끄집어 냈다.

인민일보는 “뇌봉 정신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고 있으나 그의 장엄한 책임감과 열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베이징 청년보는 “시장경제에 맞춰 뇌봉 정신을 올바로 실행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중국군은 한술 더 떠 선양(瀋陽)군구의 뇌봉기념관에서 사진전을 열며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이다.

이러한 ‘뇌봉열기’와 대조적으로 중국 젊은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시대가 어느 땐데….”“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등 냉소적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중국 언론들도 이러한 민심(民心)과 시대의 흐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시대 착오적인 뇌봉의 기치를 내건 것은 급속히 퇴조하는 사회주의 이념의 공백 때문이다.

사회주의 ‘문패’를 내건 상황에서 급속히 번지는 자본주의 오염을 방치할 수 없는 것이 중국 정부의 현실이다.소황제(小皇帝)로 자라면서 이기주의와 물신(物神) 사상에 찌든 중국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가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뇌봉배우기 운동은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직면한 철학적 ‘빈곤’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20여년간의 개혁·개방 정책을 이끌면서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이나 장쩌민의 3개 대표론(代表論)을 내놓았으나 중국인들은 여전히 정체성(政體性)의 혼돈을 겪고 있다.국가의 주인이라는 노동자의 지위는 급격히 떨어지고 벼락부자가 된 ‘붉은 자본가’들은 사회적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걸맞은 인간형을 찾지 못해 40년 전의 뇌봉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중국의 딜레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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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man@
2003-03-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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