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의 발견/ 벗겨봐! 해방촌 인사동…

서울생활의 발견/ 벗겨봐! 해방촌 인사동…

입력 2003-03-05 00:00
수정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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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의 발견

강수미 등 지음 / 현실문화연구 펴냄

전국 인구의 3분의1이 몰려사는 ‘엽기’도시,‘메가 메트로폴리스’ 서울.미디어와 이미지가 만들어낸 환상의 거품을 싹 걷어내면 ‘알몸 서울’의 존재의미는 어떨까.

사진작가,미술·이미지·건축비평가,도시계획자 등 8명의 필진이 함께 엮은 책 ‘서울생활의 발견’(강수미 등 지음,현실문화연구 펴냄)은 서울의 거울 같다.크게는 거대도시의 공간미학을,사소하게는 후미진 골목골목의 꼬질꼬질 때묻은 풍경까지 담론의 범위에 넣은 도시문화 비평서다.

요란한 화장을 지운 여인의 맨얼굴을 대할 때처럼 책 속 서울의 인상들은 생경하다.‘서울 다르게 보기’를 시도했다면 일단 성공한 셈이다.필진의 관심 분야는 제각각인데 어느 대목에 이르면 서울을 보는 관점들이 긴밀하게 조응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모두 10편의 다양한 글들은 일정한 틀거리 아래 전개된다.사진·답사·대담원고 등으로 나눠 묶이며,그 속에 청계천·북한산·인사동·후암동·해방촌 등의 도시공간들이 섞바뀌어 가며 등장한다.자연경관과 도시민으로서의 개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고찰하는 작업에 책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미지 비평가이자 계원대 교수인 이영준씨는 서울시민의 휴식처로 자리매김된 북한산에서 도시민의 정체성을 되돌아봤다.

북한산의 개념이 자연 자체에서 인공화된 자연으로 전이된다고 전제한 뒤,현대 도시인들은 인공적으로 전용한 자연을 정체성의 기반이라고 스스로 굳게 믿는다고 풀이한다.

도시의 자연을 상황논리에 따라 용도변경하고 변이시키는 또 다른 대표적 공간이 청계천.

1961년 전면복개되고 40여년이 흘러 복원논의가 한창인 지금,도시계획학자 진양교씨는 천변(川邊)의 역사,문화와 삶의 양태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복원이 긍정적인 측면만 가졌는지 고민해볼 것”을 권유한다.

그는 먼저 ‘청계천의 실패’를 3가지로 요약한다.청계천 복개사업,청계고가 건설,세운상가의 건립.도심의 물줄기를 가두고 도심슬럼화를 부추겼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복원이 전면 재개발이란 획일적인 논리로 진행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속도와 개발 위주의 비정한 도시를 부박한 거처로 못박고 그 공간 속의 일상을 낯설게 바라본 글도 있다.미술평론가 강수미씨는 “인간의 적응능력은 상식을 넘는다.불량 주거지역으로 낙인찍힌 달동네에서는 플라스틱 ‘바케스’와 고무 ‘다라이’에 고추상추를 심는다.도시계획에 걸려 한쪽 벽이 없어도 천막으로 막은 채 살아가는 것이 일상의 힘이다.”라고 서울을 바라봤다.

딱딱한 비평서란 편견은 걷어야겠다.‘골목안 풍경’시리즈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기찬씨의 흑백사진,역시 서울의 낡고 정겨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온 강상훈씨의 천연색 사진들이 도시담론을 한결 더 명징하게 새겨낸다.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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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기자 sjh@
2003-03-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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