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필 달라졌네

부천필 달라졌네

입력 2003-01-28 00:00
수정 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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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은 최근 KBS교항악단,서울시교향악단과 함께 ‘빅 3’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급성장했다.실력과 의욕을 두루 갖춘 젊은 단원들이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면서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넉넉지 않은 기초자치단체 교향악단으로는 놀라운 일이다.그러나 한편에선 주민에게 봉사하기보다는,중앙무대에서 음악적 야심을 펼쳐나가는 데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랬던 부천필이 2003년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올 여지는 사라졌다.나아가 지방자치단체 교향악단이 가야할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부천필은 새달부터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를 갖는다.사실 기획연주회는 부천필의 장기였다.‘바하와 쇤베르크’‘바르톡의 밤’‘베베른 50주기 음악회’ 등이 그것이다.대부분 음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제목에서 보듯 중앙음악계를 향한 도전이었을 뿐이다.

베토벤 시리즈는 다르다.주제를 보통사람에게 친숙한 작곡가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9차례 연주회를 모두 부천시민회관에서갖는다.부천시민들을 위한 최초의 대형기획이다.

지휘는 2월에는 정치용과 강석희,4월 구자범과 박정호,6월 박영민,7월 장윤성,9월 김덕기,10월 이대욱이 맡는다.12월은 이 악단을 키운 지휘자 임헌정이 합창교향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지휘자들에게는 다양한 무대를 제공하고,청중에게도 다양한 베토벤을 맛보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협연자도 화려하다.2월은 피아노 김대진과 바이올린 양성식,4월은 첼로 송영훈,6월은 피아노 김주영,9·10월은 바이올린 박재홍과 이재민이다.

협연 레퍼토리는 베토벤도 있지만,굳이 고집하지는 않았다.멘델스존과 슈만,하이든,모차르트 등으로 다양하다.자칫 클래식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로 읽고 싶다.

변화는 이뿐이 아니다.올해 계획하는 연주회는 24차례.과거 부천보다 무게 중심을 더 두었던 예술의전당 연주는 6차례로 줄였다.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한 말러의 교향곡 전곡 연주회가 3차례,1차례 교향악축제 공연이 여기에 포함된다.‘종교음악 시리즈 Ⅰ’과 제71회 정기연주회도 부천시민회관에서 먼저 연주하고,한 차례 더 공연하는 ‘원 프로그램 투 콘서트’다.활동의 본거지가 부천으로 ‘정상화’되고 있다.

부천필이 이처럼 중앙음악계에서 높은 평가를 유지하면서,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교항악단으로 탈바꿈해가는 배경은 무엇일까.아마도 음악적으로 일정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자부심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말러 교향곡 시리즈에 대해선 “어떤 점에서는 유럽의 교향악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지난해 9월 일본오케스트라연맹 초청으로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때도 극찬을 받았다.실력이 검증됐으니 더 이상 중앙음악계에 “우리를 좀 봐달라.”는 애절한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부천필이 진정으로 변화했는지는 새달 7일 오후 7시30분 베토벤 시리즈 첫 연주회에서 판가름날 것이다.중앙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 열심히 연습했듯,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같은 노력을 했는지를 지켜보자. 그러나 아무리 연습했어도 텅 빈 연주회장에서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 법.부천필의 변신을 격려하자.정치용 지휘,김대진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3000∼1만원.(032)340-3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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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기자 dcsuh@
2003-01-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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