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올 최고 코미디언

[굄돌]올 최고 코미디언

김민식 기자 기자
입력 2002-12-30 00:00
수정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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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올해 최고의 코미디언이 누구인가를 두고 벌이는 설전을 듣게 되었다.코미디 연출가로서 솔깃하여 들어보니 후보들은 모두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운동권 스타로서 자신의 지지기반을 저버리고 월드컵 스타를 찾아간 젊은 전직 국회의원,또다시 경선에 불복해 탈당하면서 5년 전 불복을 굳이 사과한 중견 정치인,멋지게 후보 단일화해 놓고선 선거 몇시간 전에 어이없이 지지철회 선언을 한 어떤 이.이렇게 세 사람이 올해 최고의 코미디언 후보란다.

순간 이 사람들이 코미디를 너무 심하게 홀대하는군,하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네 일상 생활 표현을 보면 코미디에 대한 은근한 폄하가 많다.똑같은 극적인 상황을 두고,한편의 드라마같다고 하면 칭찬이 되고,저거 코미디아냐? 하면 엄청난 비난이 된다.‘저 사람 드라마같이 산다.’고 하면 칭찬이 되고,‘저 인간은 생활이 코미디야.’하면 욕이 되는 것처럼….

비록 코미디가 폄하되는 시대이긴 하지만,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정치인의 철새 행각을 코미디에 비교하는 건,코미디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코미디언이란 스스로를 희생하여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는 고귀한 직업인데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최고의 코미디언은 누구일까? 많은 희극인들이 사람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했지만 나는 굳이 지난여름 타계하신 이주일 선생님을 올해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꼽고 싶다.

현역 시절,‘못생겨서 죄송합니다.’란 말로 웃음을 선사해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남을 즐겁게 한다는 광대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셨던 그분.살아 생전엔 웃음으로 삶의 활력소를 주고 노년에는 금연 캠페인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워준 불세출의 희극인.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꼽는 올해 최고의 코미디언은 역시 이주일 선생님이다.

김민식 MBC PD
2002-12-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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