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 선수,반칙으로 2분간 퇴장입니다.”
02∼03핸드볼큰잔치가 열린 지난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짧은 머리에 작달막한 체구,영락없는 소녀 모습인 한 기록원의 손놀림이 유난히 분주해 보인다.목소리의 주인공은 만 30년 동안 핸드볼경기장을 지켜온 이경숙(사진·47)씨.
각 경기단체 기록원 가운데 최고령인 이씨의 공식직함은 대한핸드볼협회 산하 초등·실업연맹 사무국장이다.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대회 때마다 경기 기록부터 방송,계시 등 1인3역을 해야 하는,핸드볼 경기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의 빠듯한 살림 때문에 직원을 추가로 뽑지 못한 이유”라면서 “지난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아시아연맹 진행 요원들이 혼자경기를 진행하는 이씨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전했다.
이씨가 핸드볼과 만난 것은 지난 71년.당시 고교 1학년이던 이씨는 우연히찾은 서울운동장 정구장에서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본 뒤 그만 핸드볼에 홀딱 빠져 버렸다.이씨는 “핸드볼처럼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그때까지 본 적이 없다.”며 당시를 기억했다.이후 이씨는 각종 대회마다 경기장과 협회를 찾는 소녀팬이 됐고 졸업을 앞둔 고교 3학년 말,아예 협회의 기록원이 됐다.핸드볼에 빠지다 보니 결혼도 미뤄졌다.
이씨는 “맞선 보는 날 경기장으로 달려가 약속을 펑크내는 바람에 어머니에게 혼난 적도 많다.”며 “핸드볼만 빼고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50을 바라보는 노처녀가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별명은 ‘호적계장’.한 해 6∼7개에 달하는 각종 국내 대회와 선수들의 개인 기록 등을 모두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정형균 중국대표팀 감독과 강재원 김옥화 윤병순 등 내로라 하는 왕년의 스타들을 비롯,수백명의 선수들과 그들의 화려한 기록도 예외없이 이씨의 손을 거쳤다.
이씨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은 원없이 다 해봤다.기록지를 접을 때가 된 것 같다.”면서 “부산아시안게임 때처럼 가득찬 관중을 보고 떠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불꺼진 체육관을 나서는 그에게 은퇴 후의계획을 묻자 주저없이 대답했다.
“관중석으로 올라갈 겁니다.30년 전의 극성팬으로 돌아가야죠.”
최병규기자 cbk91065@
02∼03핸드볼큰잔치가 열린 지난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짧은 머리에 작달막한 체구,영락없는 소녀 모습인 한 기록원의 손놀림이 유난히 분주해 보인다.목소리의 주인공은 만 30년 동안 핸드볼경기장을 지켜온 이경숙(사진·47)씨.
각 경기단체 기록원 가운데 최고령인 이씨의 공식직함은 대한핸드볼협회 산하 초등·실업연맹 사무국장이다.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대회 때마다 경기 기록부터 방송,계시 등 1인3역을 해야 하는,핸드볼 경기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의 빠듯한 살림 때문에 직원을 추가로 뽑지 못한 이유”라면서 “지난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아시아연맹 진행 요원들이 혼자경기를 진행하는 이씨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전했다.
이씨가 핸드볼과 만난 것은 지난 71년.당시 고교 1학년이던 이씨는 우연히찾은 서울운동장 정구장에서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본 뒤 그만 핸드볼에 홀딱 빠져 버렸다.이씨는 “핸드볼처럼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그때까지 본 적이 없다.”며 당시를 기억했다.이후 이씨는 각종 대회마다 경기장과 협회를 찾는 소녀팬이 됐고 졸업을 앞둔 고교 3학년 말,아예 협회의 기록원이 됐다.핸드볼에 빠지다 보니 결혼도 미뤄졌다.
이씨는 “맞선 보는 날 경기장으로 달려가 약속을 펑크내는 바람에 어머니에게 혼난 적도 많다.”며 “핸드볼만 빼고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50을 바라보는 노처녀가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별명은 ‘호적계장’.한 해 6∼7개에 달하는 각종 국내 대회와 선수들의 개인 기록 등을 모두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정형균 중국대표팀 감독과 강재원 김옥화 윤병순 등 내로라 하는 왕년의 스타들을 비롯,수백명의 선수들과 그들의 화려한 기록도 예외없이 이씨의 손을 거쳤다.
이씨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은 원없이 다 해봤다.기록지를 접을 때가 된 것 같다.”면서 “부산아시안게임 때처럼 가득찬 관중을 보고 떠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불꺼진 체육관을 나서는 그에게 은퇴 후의계획을 묻자 주저없이 대답했다.
“관중석으로 올라갈 겁니다.30년 전의 극성팬으로 돌아가야죠.”
최병규기자 cbk91065@
2002-12-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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