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당선자 고교 단짝 이충정씨“사람냄새 나는 세상 만들었으면…”

노무현당선자 고교 단짝 이충정씨“사람냄새 나는 세상 만들었으면…”

입력 2002-12-21 00:00
수정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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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선자가 거의 결정된 19일 밤 11시,여의도 민주당사로 찾아가 친구 무현이의 손을 붙잡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고교동창 이충정(李充井·57·제일은행 업무추진역)씨는 아직 친구가 대통령이 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듯 당선 하루가 지난 20일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1966년 부산상고를 함께 졸업한 뒤 잠시 한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그후 노 당선자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와 정치인으로,이씨는 은행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정치인을 친구로 뒀다고 특별하게 행세한 적은 없지만 이 친구가 뭔가 해낼 줄로 굳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 9월부터 노 당선자는 물론,가족이나 회사동료들도 모르게 노당선자의 홈페이지 ‘노하우(www.knowhow.or.kr)’에 들어가 친구가 아닌,순수한 팬으로서 글을 띄웠다.그는 홈페이지에 “노 당선자는 학창시절 특별히 친한 그룹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졸업 후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도 동창생들이 조직적으로 밀어준 적도 없다.”며 친구여서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인간 노무현’에게 매력을 느껴 글을 올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노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1200여건의 접속건수를 기록한 ‘나 지금 흐느끼고 있어’라는 글을 띄운 사람은 바로 이씨였다.지난 10월 노 후보가 한 TV토론회에 참석했을 때,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영남지역 득표율이 저조했다는 이유로 대선주자를 포기하라는 얘기 등으로 궁지에 몰렸다. 이씨는 노후보가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걸 보고 ‘친구의 어깨가 무너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하늘을 우러러 기도드립니다.험하고 영광된 길을 누가 가라고 했습니까.누가 저 사람에게 울고 다니라고 했습니까.외롭게 버려두지 마십시오.우리가 있지 않습니까.’

이 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곧바로 ‘나 쏜다’ 등의 글이 수백개나 올라왔다.저마다 2만∼3만원씩 돈을 내 순식간에 수천만원의 후원회비가 걷혔다.사람들의 성원이 너무 고마워서 ‘나 지금 통곡하고 있어’라는 글을 또올렸단다.

그가 꼽는 노 당선자의매력은 과묵하지만 심지굳은 친구라는 점.두 사람은 부산상고 졸업 후 삼해공업이라는 어망회사에 함께 들어갔다.입사 한달 뒤 뼈빠지게 일해 손에 쥔 돈은 일당으로 따져 2700원.노 당선자는 당시 사장을 만나 월급이 아닌 일당으로 계산한 것에 대해 항의하면서 제대로 된 월급(일당 기준 4000원)을 받아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75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노 당선자가 당시 제일은행 덕수지점에 근무하던 자신을 찾아온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노 당선자 특유의 뒤뚱뒤뚱 걷는,여전히 정겨운 걸음걸이를 오랜만에 다시 봤고 뚝심있게 나아가는 친구의 모습이 한없이 믿음직스러웠다고 기억한다.

이씨는 “꼴찌들도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사람냄새나는 세상을 노 당선자가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원칙과 소신을 그대로 간직한 채 대통령직을 수행해 달라는 간곡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유영기자 carilips@
2002-1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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