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 反美인가(2)-분출하는 한국민의 자긍심

[사설]왜 反美인가(2)-분출하는 한국민의 자긍심

입력 2002-12-12 00:00
수정 200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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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미군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 행렬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사건 초기만 해도 시민단체 회원과 일부 대학생들로 한정됐던 시위 참가자들은 날이 갈수록 세대와 종교,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전 계층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에 이어 10일엔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심심한 사과’를 표명했다.그러나 미측의 거듭되는 유감·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거대한 분노의 물결을 이루며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과거와는 달리 하나의 커다란 사회운동의 모습을 띠고 있다.일부 운동권 학생들이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외치는 거리의 구호가 아닌 것이다.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돼전국으로 확산된 촛불 시위도 처음에는 ‘앙마’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학원강사가 인터넷을 통해 제의한 것이다.

첫날 집회에 참석한 5000여명의 직업별 분포는 대략 대학생이 절반 정도였고,중·고생이 10%,나머지 40%는 회사원,자영업자,주부들로 매우 다양해 보였다고 한다.그 이후의 집회들도 대학별 깃발을 든 그룹은 소수였고,오히려친구·동아리·연인들끼리 삼삼오오 손잡고 나온 이들이 주류를 이뤘다. 촛불 집회는 주최자와 구경꾼이 따로 없는 전혀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특징이다.누구든지 연단에 올라가 저마다 가슴에 담아온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반미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며,‘불합리한 한·미관계’에 분노하고 ‘힘없는 민족의 서러움’을 절규하는 ‘상식적인 시민’인 것이다.집회 참가를 알리는 방법도 인터넷에서 인터넷으로 하는 릴레이식 전파다.어쩌면 한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2400만 인터넷 인구,세계 최고의 정보화 수준을 누리고 있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사이버 문화현상이 민족의 자긍심과 연결되면서 확산에,확산을 거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오는 14일에는 10만 시민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일 예정이라고 한다.치안당국은 물론 전세계가 긴장한 가운데 주목하고 있다.그러나 지난 6월 월드컵축구대회때의 뜨거웠던 거리 응원의 열기와 질서를 지구촌에 과시했듯이 한국민의 억눌린 자긍심을 분출은 할지언정,결코 폭력과 무질서가 판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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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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