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확산 촉각… 대응은 자제

反美확산 촉각… 대응은 자제

입력 2002-12-09 00:00
수정 200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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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

(워싱턴 백문일·박상숙기자) 미국은 한국내 반미 감정의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여중생 사망사건이 대선과 맞물려 전국적인 반미 시위로 확산되는 데 상당히 당황하는 기색이다.장차 한·미 동맹관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감도 없지 않다.

미 국방장관이 지난 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나마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며 재발방지를 다짐한 것은 부시 행정부내의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그러나 백악관과 국무부는 ‘반미감정’이라는 표현 자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6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없이 주한미군과 한국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정부와수 차례 논의한 문제로 지금까지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반미감정에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미국을 방문중인 범국민대책회의 방미투쟁단이 백악관에 항의서한을 접수시키려 해도 백악관은 이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루에 백악관에 접수되는 민원서류는 적게는 수십통,많게는 수백건에 이른다.그러나 백악관은 경찰을 동원해 몸싸움까지 벌일지언정 투쟁단의 서한접수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서한을 받을 경우 백악관이 한국내 반미감정에 직접 휘말릴 소지가 있으며이후 대답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 확산될 것으로 판단했는지 모른다.일일이 대응했다가는 공식적인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일관,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기를 바라는 눈치다.

한국민이 SOFA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중생 사망사건과도 별개의 문제로 본다.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맺은 미군의 지위협정도 SOFA와 다르지 않은데 굳이 한국에서만 개정할 이유는 없다는 것.

외국에서 미국인이 1명이라도 사망하면 요란스레 법석을 떠는 미 언론들도 여중생 사망사건에는 냉담하다.백악관 앞에서 방미 투쟁단이 혈서를 쓰고 강추위 속에 철야 단식농성과 삭발시위까지 벌여도 이에 대한 심층적 접근보다는 단순 사실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뉴욕타임스가 미국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일고 있다고 전했으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반미 분위기와 이에 편승하는 대선 후보들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반미 감정이 대선을 앞두고 크게 확산된 점에대해 미국측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정서가 한·미 동맹관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뜻을 여러 차례 전해왔다.”고 말했다.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 위원장이 방한을 전격 취소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미국의 기업과 보수계층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한국의 지지가없을 경우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 문제에서 손을 떼고 미군을 철수,한국과 일본이 스스로 방어하는 방안을 소개했다.SCM에서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유지와 한국의 핵 보호대상을 재차 확인했음에도 일부 강경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반미감정이 확산되면 주한미군 자체에 대한 재검토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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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p@
2002-12-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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