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몽유도원도’ 여주인공 더블캐스팅 김선경·이혜경

뮤지컬 ‘몽유도원도’ 여주인공 더블캐스팅 김선경·이혜경

입력 2002-11-05 00:00
수정 200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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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로왕이 사랑한 여인 아랑.한 나라를 흔들어 망하게 할 정도로 아름답지만,그 자신은 왕이 아니라 남편만을 죽도록 사랑한 설화 속 비운의 여인이 김선경(35)·이혜경(31)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다.두 사람은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몽유도원도’의 여주인공에 더블 캐스팅된 것.경국지색(傾國之色)역을 소화하느라 몽유병에 걸릴 지경이라는 둘을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났다.

훤칠한 키에 ‘공주과’에 가까운 예쁜 얼굴의 김선경.하지만 성격은 참 소탈하다.제작발표회 때 한번 본 친분만으로 기자의 손을 잡고 반갑게 너스레를 떤다.반면 이혜경은 청순한 인상 그대로 그저 웃고 있다.

그러나 첫인상은 착각이었다.식당으로 장소를 옮기자마자 왁자지껄 떠드는 은 많이 닮았다.“언니와 저는 엉뚱한 성격이 정말 비슷해요.”(이혜경)“올해 뮤지컬대상 시상식 때 네티즌 인기상 부문에서 둘을 같이 불렀거든요.둘다 딴짓하다가 못 들어서 뒤늦게 끌려 나갔죠.”(김선경)

제작발표회 때 연출가는 이혜경을 청초한 아랑,김선경을 내면적 갈등요소가 드러나는 아랑에 적격이라고 설명했다.맞는 것 같느냐고 묻자 김선경은 “나이가 몇살이라도 많은 제가 내면 연기를 더 잘 해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혜경이 경우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맡은 크리스틴의 귀엽고 산뜻한 이미지 때문이겠죠.”

이렇게 다른 점 때문에 서로 모자란 것을 채워줄 수 있다고 했다.“노래를 부르지 않아 잊어버린 걸 혜경이에게서 배워요.저는 연기를 가르쳐 주고요.”

쟁의식 같은 건 없느냐는 질문에 이혜경은 펄쩍 뛴다.“왜들 다 똑같이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어요.서로의 장점과 스타일이 달라서 경쟁심 같은 건 없어요.”

김선경은 1988년 탤런트 공모에 합격한 뒤 영화·드라마·CF 등에 출연해왔다.최근에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 나오기도 했다.뮤지컬 배우로서 정체성을 가진 건 98년 ‘드라큘라’때부터.“전 뮤지컬 배우인데 다들 저를 보면 ‘어,라이터의 차승원 부인이네.’라고 하죠.” 갑자기 이혜경이 끼어든다.“언니,나도 처음엔 ‘왜 탤런트가 뮤지컬을 하나.’하고 생각했어.(웃음)”

성악을 전공한 이혜경은 96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친구 따라 얼결에 서울시립 뮤지컬단 오디션을 봤죠.노래를 하러 갔는데 무용·연기도 해보라고 해서 당황했어요.덜컥 합격을 했고,일단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녀가 뮤지컬계의 샛별로 떠오른 건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에 주역으로 캐스팅되면서부터다.

이혜경은 쓸데없는 욕심 없이 도전하는 자에게 행운이 온다고 했다.“이번에도 뽑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실력보다는 가능성 때문에 된 것 같아요.”“거짓말이에요.혜경이가 오디션 때 노래를 얼마나 잘 했다고요.”(김선경) “음∼ 하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하긴 했어요.”(이혜경)

뽑힌 것까지는 좋았는데 과정은 정말 고됐다고 한다.

둘에게 모두 이번 역은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다.“맨정신으로 하면 관객에게 와닿지 않을 것 같아요.” 미쳐가는 자신을 보게 될 남편이 불쌍하다는 이혜경.힘들어 해쓱해진 김선경에게 주위에서는 비운의 여주인공에 잘 어울린다고 한단다.“대사가 단 두마디밖에 없고 전부 노래여서 감정을이입하기가 쉽지 않아요.요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아’소리 한번 내보고 다시 눕고 그래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물었다.“갈대로 얼굴을 긋는 장면이 있는데,몸과 영혼이 모두 빠져나가는 부분이에요.그런데 연출가가 오른쪽으로 한번,왼쪽으로 한번 그으라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잖아요.배우의 몫이죠.”(김선경) “그런데 ‘이 얼굴 때문인가.’라는 대사는 민망해요.”(이혜경) 엉뚱한 성격이라는 자신들의 말대로 대화는 진지함과 농담 사이를 오갔다.

“멋스러움의 깊이가 하루하루 더해가는,여운이 오래 남는 아랑이 되고 싶습니다.” 연기 스타일과 이미지는 다르지만,성격이 비슷한 둘은 똑같이 완벽한 아랑이 되기를 소망하는 ‘아랑병(病)’을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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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김소연기자 purple@
2002-11-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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