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대청댐

[2002 길섶에서] 대청댐

황진선 기자 기자
입력 2002-10-18 00:00
수정 200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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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대청댐에 갔다.오전 9시쯤 차를 대고 3분쯤 걸어 댐에 오르니 넓디 넓은 대청호에 물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호수 저편으로는 가을 빛이 들기 시작한 산들이 희미하게 들어왔다.가슴이 확 트이는 듯했다.

그런데 기념비를 읽으면서 가슴이 콱 막혀 왔다.자연보존협회가 1981년에 세운 1m 높이의 비석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두환 대통령의 영부인 이순자 여사를 모시고 어린 잉어 20만 마리를 방류하였다.”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옆에 자리한 어른 키의 서너 배가 되는 대청댐 명명 유래 비석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대전과 청주의 중간에 있다 하여 대청댐이라고 명명하셨고,대덕군과 청원군의 가운데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하셨기에 이를 길이 알린다.”고 적혀 있었다.

어린 잉어를 방류하는 것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박 전 대통령도 자신의 생각만으로 이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모두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다.같이 간 사람도 기분이 상했는지 기념비를 툭툭 찼다.

황진선 논설위원

2002-10-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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