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복싱 8년만에 ‘금펀치’

아시안게임/ 복싱 8년만에 ‘금펀치’

입력 2002-10-14 00:00
수정 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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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복서’ 김기석(22·서울시청)이 ‘복싱 강국’ 중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라이트플라이급의 김기석은 13일 마산체육관에서 열린 지난해 월드컵 3위 타나모르 해리(필리핀)와의 결승전에서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초반 점수를 지켜 24-19로 이겼다.이번 대회 한국 복싱 첫 금메달이자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고교 때부터 체중감량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증에 시달려온 김기석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예 머리를 밀어버렸다.“환자 같다.”는 주위의 비아냥거림이나 “운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영원히 머리가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도 금메달을 향한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웰터급의 김정주(21·상지대)는 카자흐스탄의 세르게이 리치코에 31-30 극적인 판정승을 거둔 뒤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내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보살펴 주신 덕분”이라며 기뻐했다.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중3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은 김정주는 ‘부모 없는 설움’을 복싱으로 달래며 금메달을 향한 꿈을 키워 왔다.

밴텀급의김원일(20·한체대)도 금메달을 추가했고 라이트헤비급의 최기수(함안군청),라이트급의 백종섭(대전대)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복싱은 98년 방콕대회 ‘노골드’의 수모를 딛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86년 서울대회에서 사상 첫 12개 전체급 석권 신화를 일군 한국은 90년 베이징대회 금 5개,94년 히로시마대회 금 2개 등으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98년 방콕대회에서 은 2개에 그치며 쇠락했다.복싱 인기가 떨어지면서 선수층이 얇아진 데다 연맹 내부 갈등까지 겹쳐 절망의 소리마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명예회복’을 벼르며 강원도 태백에서 체계적인 대표팀 훈련을 소화했다.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고지대 훈련이 큰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고비도 많았다.플라이급에서 금메달이 유력시된 김태규(충남체육회)와 라이트웰터급의 신명훈(한체대),미들급의 문영생(한체대)이 파키스탄 선수와의 경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주저앉은 것.게다가 대회 기간에도 계속된 연맹 내부의 갈등이 금메달이 쏟아진 13일 경기장에서 급기야 멱살잡이로 번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연맹 관계자는 “외우내환을 딛고 승리를 엮어낸 선수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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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조현석기자 hyun68@
2002-10-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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