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회담 합의 실패 배경·파장/ 北 관광대가 챙기기 ‘고집’

금강산회담 합의 실패 배경·파장/ 北 관광대가 챙기기 ‘고집’

입력 2002-09-13 00:00
수정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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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강산 관광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이면에는 금강산 관광사업 전반에 대해 남측 정부가 보장해 주기를 바라는 북측의 요구가 있었다.

이는 ‘대북 사업의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선언한 정부 입장에서는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들의 거센 비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 조건이었고,결국 회담 결렬로 이어진 주요인이었다.

지난해 6월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 사업의 새로운 파트너로 참여하며 450억원을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의 비난에 시달렸던 정부로서는 향후 금강산 관광 특구 지정 뒤 민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레포츠타운 건설 등 전반적인 금강산 관광 사업 모두를 보장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북측은 현대 아산이 지난해 3월부터 세 달동안 체불했던 2400만 달러에 대해 남측 정부가 지급을 보장해줄 것까지 요구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당국자는 “민간 차원의 협력 사업을 정부가 보장하는 식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그는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과 육로관광이 늦어진다면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정부의 경비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측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동안 순풍에 돛단듯이 앞으로 나아가는 듯 했던 남북 관계가 이번 회담에서 파행을 겪었지만,그렇다고 해서 향후 남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장 13∼18일 5차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민간 교류는 물론,남북 당국이 13∼15일 금강산 여관에서 가질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건설 실무협의회’와 16∼18일 금강산댐(임남댐) 공동조사 실무접촉 등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우세하다.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공동합의서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11월 금강산 육로 관광 실시 ▲해로 관광 활성화 ▲각자의 금강산 관광 특구 지정 시기 공개 등 잠정적 합의를 본 점이 그 근거다.

회담 결렬 직후 조명균(趙明均) 남측 수석대표는 “금강산 관광회담 외에 남북간에 남아 있는 많은 합의 사항을 예정대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 나아갈 것”이라면서 “다음번 금강산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이모저모/ 통시시설도 나빠 애먹어

12일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결렬되자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趙明均)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다시 회담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도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달 제7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제2차 경제협력추진위에서 경의선 착공에 합의하는 등 차질없이 합의 이행을 실천해온 남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첫 결렬 사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남측 정부의 보장 여부를 놓고 팽팽히 대립한 남북한은 회담 일정을 하루 더 연기해 협의를 계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막판 합의에 진력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13일 남북한은 철도·도로 공사를 위한 실무회담을 금강산에서 열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회담을 연기하기가 곤란했다. 조명균 수석대표는 철도·도로 실무회담을 위해 금강산 여관 숙소에 머물다 이 회담에 참석하게 된다.

한편 이번 회담이 진통을 거듭한 과정에서 회담장의 통신시설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남북대표단들의 애를 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네 시간 남짓 동안 회담장인 금강산∼서울의 직통전화,국제전화가 연결되지 않았음은 물론,금강산에서 평양을 연결하는 회선도 끊어지는 등 모든 통신이 두절돼 남북 대표단이 훈령을 주고 받는데 애를 먹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역시 궁여지책으로,방송국 카메라로 기사문을 촬영한 뒤 이를 서울로 보내 다시 받아적는 ‘원시적 방법’을 동원하는 해프닝을 겪었다.통신은 오후 2시쯤이 지나서야 복구됐다.

회담이 진통을 겪자 속초 한화 콘도에 모여있던 이산가족들은 “50년만의 피붙이 상봉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며 다소 불안해 하기도 했다.이들은 13일 오전 남측 대표단을 태우고 돌아온 설봉호 편으로 장전항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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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삼기자
2002-09-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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