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동정호

[씨줄날줄] 동정호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2002-08-23 00:00
수정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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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담수호인 동정(洞庭·둥팅)호가 계속된 폭우로 범람위기에 처해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수상면적이 서울시의 여섯배가 넘는 3900㎢이고 수심이 30m를 넘어 제방이 무너지면 자그마치 1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4년 전에도 제방이 무너져 4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자연재해의 크기는 치산치수의 행정력도 큰 변수지만 우선 자연 자체의 크기에 좌우될 것이다.

내륙의 고여 있는 물덩어리(靜水塊) 가운데 최심부가 5m 이상인 것을 호수라고 하는데 남한의 4배나 돼 바다로 불리는 카스피해가 세계에서 제일 크다.남북한 통틀어 가장 큰 함남 광포의 수상면적은 고작 13.3㎢.그러나 백두산 천지는 수심이 314m에 달한다.둘레를 조금 과장해 ‘팔백리 동정’이라고 일컬어지는 동정호는 본래 ‘운몽대택(雲夢大澤)’으로 불리며 중국 최대의 담수호였으나 양쯔강의 진흙이 오랜 새월 유입되어 동쪽으로 300㎞ 떨어진 파양호에 1위 자리를 내줬다.동정호나 파양호나 여러 지류들의 물을 받아 바로 위쪽 6400㎞ 수로의 양쯔강으로흘러보내는 집·배수 중간역에 불과하다.

풍광이 뛰어난 곳이면 으레껏 따라붙는 팔경(八景)의 원조인 ‘소상팔경’의 소(瀟)강과 상(湘)강이 동정호로 흘러들고,흘러나가는 강이다.황하의 하가 하남·하북성을 가르듯 동정호를 기준으로 호북성과 호남성이 갈라진다.호남·북성은 고대 진시황에 패망한 항우의 초나라 근거지인데 근세사에서는 손문의 신해혁명과 모택동의 고향으로 각각 이름높다.

특히 양쯔강 중류 한가운데의 동정호부터 중류 끄트머리인 파양호 인근 여산까지는 중국 중세 문학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는(乾坤日夜浮)’동정호와 양쯔강 경치를 보기에 가장 좋은 악양의 악양루는 두보의 ‘등악양루’와 범중엄의 ‘악양루기’라는 명문을 탄생시켰으며,초나라의 굴원이 빠져 죽은 동정호 옆 멱라수를 조금 지나면 삼국지 적벽대전의 적벽과 소동파 ‘적벽부’의 적벽이 잇따라 나온다.파양호의 여산은 이백의 ‘비류직하삼천장(飛流直下三千丈)’폭포천이 있고,도연명 ‘귀거래사’의 탄산도 멀지 않다.

폭우로동정호 제방과 문학적 유산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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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논설위원
2002-08-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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