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들되어…”” 선대의 죄값 치르는 日人

“”평생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들되어…”” 선대의 죄값 치르는 日人

구혜영 기자 기자
입력 2002-08-15 00:00
수정 2002-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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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도 대신 죄값을 치르고 싶습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가 주최한 521회 수요 정기집회에 한 50대 일본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일본 나고야(名古屋)시 후지소학교 교사인 오노 마사미(小野政美·55).그는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달래주려는 듯 손을 꼭 쥐었다.

오노는 2년째 방학 때면 어김없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거하는 경기 광주‘나눔의 집’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오랜 생채기로 악몽에 밤잠을 설치는 할머니들 곁에서 말벗도 되고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달 이상 숙식을 함께 하면서 할머니들과 잔정도 많이 쌓았다.이곳을 찾는 일본인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지난 91년 일본을 방문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상을 듣고 평생을 바쳐 속죄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중·고교 시절 모친으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형과 누나가 굶어 죽은 얘기를 들으며 항상 ‘전쟁의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고 했다.오노는 특히 “직업군인으로서 한반도 침략에 동참했던 부친과 한국인의 악연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뒤 오노는 ‘구(舊)일본군에 성적(性的) 피해를 당한 여성을 지지하는 모임’과 ‘일본인을 위한 학습회’를 만들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5년 이후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는 나고야시의 한 백화점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1인시위도 벌이고 있다.

일본 시민과 학생들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이 담긴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도 보여 줬다.그는 “믿기지 않는다며 하염없이 우는 주부들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격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구호를 외치던 김순덕(金順德·80)할머니는 “한가족처럼 정이 들었다.”면서 “한국 정부나 한국인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김 할머니는 “각종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오노가 일본 우익단체의 테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관문 앞에서 밤을지새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또 다른 할머니는 “오노가 처음엔 부끄럽고 참담해 한국땅을 밟지 못하겠다고 하더니,이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들’이 됐다.”고 웃었다.

오노는 할머니들의 삶이 담긴 역사관을 일본 땅에 세워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는 것이 그의 꿈이다.

오노는 “지난 10년 동안 61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는데,한·일양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집회에 이어 종로 YMCA앞길까지 행진을 마친 오노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싸움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며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나눔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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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기자 koohy@
2002-08-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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