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0대소녀 상대 성매매 처벌 두갈래 점원 구속·의대생 불구속

같은 10대소녀 상대 성매매 처벌 두갈래 점원 구속·의대생 불구속

입력 2002-07-27 00:00
수정 200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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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같은 10대 소녀를 상대로 원조교제를 한 피의자 가운데 의류 판매원은 구속한 반면 의대생은 불구속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12일과 13일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만난 김모(15)양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옷가게 점원 이모(26)씨와 C대 의대 송모(25·본과 3년)씨에 대해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두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지검 북부지청은 이씨만 구속하고,송씨는불구속 처리했다.이씨와 송씨 사건이 서로 다른 검사에게 배당되긴 했지만두 피의자의 원조교제 혐의 내용은 똑같다.오히려 경찰 조사에서는 송씨의죄질이 더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검거 당시 달아나려 했고,조사 초기 신분을 숨기기위해 인적사항과 주거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김양과 한차례 성관계를 맺은 뒤에도 연락을 계속하며 재접근을 시도했다.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김양과 채팅을 했으며,김양에게 건넨 돈도 이씨보다 1만원 많은 15만원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과 불구속 결정은 검사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송씨가 의대생인 점이 고려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측도 “불구속과 구속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인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는 이씨보다 송씨가 더 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송씨 사건의 담당 검사는 “구속된 이씨의 사례와 비교하지는 않았다.”면서 “의대생이라는 신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고 밝혔다.그는 “피해자인 김양이 송씨의 외모에 끌려 적극적으로 접근한 점 등 당시 정황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 사건을 모두 지휘한 담당 부장검사는 “원조교제는 피해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건마다 검사들은 개인적 가치관과 주관을 법과 결합시켜 판단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김미령 사무국장은 “피해자의 적극성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특히 피의자의 외모가구속·불구속의 판단 근거가 됐다는 논리는 검찰이 성매매 범죄를 수사할 때 남성 중심의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건물 청소원인 이씨의 어머니(54)는 “아들의 죄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똑같이 죄를 졌다면 처벌도 공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창구 유영규기자 window2@
2002-07-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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