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숙명의 라이벌은 귀중한 재산

현장칼럼/ 숙명의 라이벌은 귀중한 재산

김현 기자 기자
입력 2002-06-14 00:00
수정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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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김현 객원기자] 한국 658,일본 2만 8136.양국 축구협회에 가입돼 있는 축구팀 숫자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한국 축구의 ‘4강 제도’와 넓은 저변과 충실한 환경에서 재능을 살리는 일본 축구의 ‘트레이닝 제도’.

양자를 비교해 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패권을 다투던 두 도시국가,소수의 군사 엘리트가 지배한 스파르타와 민주제를 힘의 원천으로 삼은 아테네를 닮았다.역사는 스파르타보다는 아테네 쪽이 국력면에서 이겼다고 기술하고 있다.

최근까지의 한·일 축구 관계는 이 구도를 베낀 것 같다.어느 날 경직화된 한국축구를 유연함으로 무장한 일본 축구가 앞지르고 점점 그 차이를 벌린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한·일이 나란히 역사적인 약진을 이룬 것은 일본의 경우 시스템 하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결코 일본의 선수 육성환경이 상상보다 좋지 않다든가 한국의 시스템이 실제로 좋다든가 하는 의미가 아니다.두 게임 연속 골을 터뜨린 이나모토 준이치(稻本潤一·22)가 성장한 J리그 ‘간바오사카’의 시설은 분명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그렇지만 한국의 축구 환경과 비교하면 꽤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군말이 길어졌지만 한국도 일본도 자력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자기 혁신을 라이벌의 존재를 발판으로 이루었다는 데 있다.10여년 전에는 축구경기가 비주류 스포츠였던 일본에서 한국 K리그가 없었다면 J리그 발족이 있었을까.강한 일본 축구의 출현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한국이 히딩크 감독의 초빙을 실현시킬 수 있었을까.

월드컵에서 부활한 라이벌의 모습을 보면서 2006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재현될 한·일 격돌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일본인은 없다.이것은 한국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서로 다투며 쇠퇴했지만 한·일은 그래서는 안된다.한·일축구에 있어서 긴장감에 가득 찬 라이벌 관계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다.

kmhy@d9.dion.ne.jp
2002-06-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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